한국다문화센터

[다문화 한가족 시대] (21) 다음세대재단 ‘다국어 그림동화’사이트

“엄마 나라 동화보며 문화 다양성 배워요”

다음세대재단은 지난 3월부터 세계 각국의 그림동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온라인에서 보여주는 ‘올리볼리 그림동화(www.ollybolly.org)’ 서비스를 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 몽골, 필리핀 3개국 34편의 그림동화가 동영상으로 만들어져 사이트에서 무료 서비스되고 있다. 다문화 세대의 자녀들이 부모 나라의 문화를 즐겁게 배워 다문화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어린이들이 ‘다름’을 존중할 줄 아는 글로벌 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자는 게 이 사이트 운영 취지다.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다음커뮤니케이션 서울사옥 5층 회의실에서 다음세대재단 관계자들이 올리볼리 그림동화 작업을 할 외국 책들을 모아 놓고 회의를 하고 있다.
송원영 기자
◆‘애지중지’ 만든 콘텐츠

올리볼리 그림동화는 가정에서 인터넷을 통해 보는 것이 기본이지만 다문화 교육이 필요한 한국인의 교재나 유치원 등의 언어 교재 등으로도 많이 사용된다. 또 이주여성 등 이주민들이 한국어를 배울 때나 모국어와 엄마 나라의 문화를 자녀들에게 알려줄 때도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각자 상황에 따라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만큼 올리볼리 그림동화는 매우 신중하고 복잡한 과정을 통해 제작된다.

첫 작업은 그림동화를 수집해 애벌 번역을 하는 일로 시작한다. 그림동화는 현지 출판사에 직접 연락하거나, 다음세대재단과 파트너로 일하고 있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한국외국어대학교,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등에서 현지 네트워크를 통해 수집된다. 또 애벌 번역은 유학생이나 이주여성 또는 해당 나라 말을 공부하고 있는 한국 학생들이 한다.

이 과정이 끝나면 기획선정위원회에서 그림동화를 선정한다. 기획선정위원은 그림동화와 현지 문화 전문가들로 구성되는데, 그림동화가 그림과 글을 통해 그 나라의 문화를 잘 보여주고 있는지를 우선 살핀 뒤 이야기가 아동들에게 도움이 될지 신중히 고려해 책을 선정한다.

이 과정이 끝나야 비로소 출판사·작가 등과 저작권 협상을 한다. 저작권 계약은 현지 출판사 및 저작권자와 직접 연락해서 진행하는데, 이 과정이 가장 어렵다. 애니메이션 샘플을 보여주고 취지를 설명하더라도 온라인 그림동화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다보니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된다.

계약이 체결되면 그림동화를 만들기 위해 완역과 윤문, 감수를 하게 된다. 완역은 현지어와 한국어에 능한 전문가가 맡게 되며, 아동들이 보다 이해하기 쉽도록 윤문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도움을 주고 있다.

애니메이션 제작은 전문 제작 업체가 맡아 하며, 현지어 녹음은 유학생과 이주여성이 주로 맡고 있다. 한편의 그림동화가 선정돼 애니메이션 콘텐츠로 제작되기까지는 약 3개월이 걸린다.

◆다문화 감수성 제공이 목표

이처럼 공들여 제작해 완성도를 높인 덕에 올리볼리 그림동화는 온라인상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다음의 ‘키즈짱(kids.daum.net)’을 통해서도 서비스되는 올리볼리 그림동화는 아직 서비스 초기면서도 조회 수가 하루평균 3000여건에 이른다. 이런 호응에 힘입어 다음세대재단은 향후 서비스의 질과 폭을 크게 개선할 예정이다.

우선 올리볼리 그림동화의 범위를 서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국가로 넓히고 연내 170편의 애니메이션을 추가 제작할 계획이다. 또 올리볼리 그림동화가 좀 더 다양하게 쓰일 수 있도록 다문화교육 매뉴얼도 만들고, 사업을 좀 더 확대해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그림동화까지도 함께 제공해 보다 풍성한 콘텐츠가 되도록 할 계획이다. 특히 전국에 있는 이용자들이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다문화도서관에도 올리볼리 그림동화 코너를 만든다.

이 밖에 참여 작가를 초대해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하는 다문화 그림동화 캠프도 구상하고 있으며, 여력이 된다면 제3세계 그림동화 작가를 직접 지원해서 그림동화를 만들 생각도 갖고 있다.

다음세대재단 관계자는 “올리볼리 그림동화는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교 아이들이 많이 이용하길 바라면서 만들었지만 어른들이 보아도 손색이 없는 내용”이라며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나라들의 동화이고 한국어, 영어, 해당국 언어 등 3개국어로 볼 수 있어 그 자체가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올리볼리 그림동화를 통해 다음 세대들이 글로벌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다문화 감수성을 가지길 바란다”며 “특히 올리볼리 그림동화를 계기로 다문화 콘텐츠가 확충되고 다문화 지원정책이 이주민에 대한 ‘국민 되기’에서 모두를 위한 ‘시민 되기’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준모 기자 jm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