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어머니 덕에 인내심 배웠어요"

(서울=연합뉴스) 양태삼 기자 = "간호사로 독일에 와 결혼한 한국 엄마 덕분에 인내라는 게 무엇인지 배웠어요. 그게 한국인의 장점인 줄은 여기 와서 깨달았어요."

독일인 변호사인 이렌느 콜만(31) 씨는 25일 한국이주민건강협회 주최의 '인권의 눈으로 본 이주민 건강권'이라는 주제의 국제 심포지엄의 발제자로 나서기에 앞서 자신의 어머니가 독일로 일하러 온 한국 출신 간호사였다고 밝혔다.

그는 어머니(59)가 현재 독일 함부르크에 살고, 성(姓) 대신 '선분'이라는 이름만 기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의 어머니는 1976년 독일로 건너와 함부르크 병원에서 일하다 그 병원에서 일하던 독일인 아버지와 만나 결혼했다고 전했다.

그는 인종차별을 받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웃음을 터뜨리며 "그런 기억이 없다. 독일에서 그랬다간 큰일 난다"고 말했다.

콜만 씨는 한국인 어머니를 둔 장점에 대해 "한국과 독일이라는 두 나라의 장점을 똑같이 물려받았다"며 "한국인의 좋은 점이라면 아마도 어머니처럼 인내심이 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인은 어울리기 좋아하고, 순간 순간 쾌활하게 즐긴다. 그런 긍정적인 면이 내게도 적잖이 작용했다"며 "독일인도 장점이 있다. 다소 무뚝뚝하지만 직설적이고 진취적이며 매사에 정직하고 진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독일에서 자라 교육을 받아 독일의 정서가 바탕에 깔려 있다. 거기에 한국의 특성을 가진 특별한 독일인일 뿐"이라며 "한국인 어머니 덕분에 한국적 특성을 물려받은 것은 다문화의 선물"이라고 덧붙였다.

콜만 씨는 함부르크 대학과 베를린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한 다음 변호사가 됐으며, 지금은 벨기에 소재 비정부기구(NGO)이자 미등록 이주민 권익 단체인 'PICUM'(Platform for International Cooperation on Undocumented Migrants) 회원으로 활동하며 베를린에서 이민 변호사로 일한다.

그는 자신이 성공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모든 게 그렇듯 처음에는 힘들었다. 변호사를 막 개업했을 때는 돈도 없었고, 사무실도 구하기 힘들었다"고 술회하고 나서 "이젠 정착했다. 내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

콜만 씨는 이날 오후 서울대병원 암연구소에서 열리는 심포지엄에서 유럽의 국가별 이주 노동자 현황을 소개하고 이주 노동자들이 아팠을 때 치료받는 방법과 의료 혜택 등이 국가별로 어떻게 다른지 소개할 계획이다.

tsy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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