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코리아 / <2부> 다문화 강국 이젠 실천이다 (5) 무료 의료봉사◆

왼쪽부터 하니파 씨, 멘토인 최태분 씨 부부, 말라카 씨, 말라카 씨의 딸 아정이.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난 하니파 씨(27)는 지난해 1월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한국에 가면 잘살 것이라는 희망 하나만 안고 왔다. 그러나 시골마을인 충남 연기군에서 맞닥뜨린 한국 생활은 이상과 차이가 컸다. 빚만 남은 남편 경제 상황, 말이 통하지 않아 종일 혼자 있는 생활에 향수병까지 겹쳐 고향으로 전화만 하면 눈물부터 왈칵 쏟아졌다.

그러던 하니파 씨 옆에 천사가 나타났다. 마을부녀회장 최태분 씨가 하니파 씨 `멘토`로 나선 것이다.

최씨는 "낯선 데 와서 친정 생각에 눈물 흘리는 마음이야 외국 여자나 한국 여자나 똑같은데… 바다를 건너야 엄마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죽하겠느냐"며 "내가 친정엄마 해줄 게"라며 하니파 씨를 불러 달래줬다. 오순도순 서로 수다를 나누다 보니 하니파 씨 한국말도 이제 수준급이다.

하니파 씨는 "매일 집으로 불러 밥을 먹여주며 눈물을 닦아주던 엄마(최태분 씨) 덕분에 이젠 올겨울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며 돈도 차곡차곡 모으고 있어요"라며 미소를 보였다.

하니파 씨를 따라 동생도 한국으로 왔다. 동네에서 자주 가는 식당에 성실하고 부지런한 남자를 눈여겨보다 동생 말라카 씨(22)에게 소개해 작년 5월에 결혼시켰다. 연기군 옆 마을에 사는 동생 부부와는 주말마다 만난다.

말라카 씨는 이제 태어난 지 석 달이 다 되어가는 딸 아정이를 키우는 재미에 하루가 짧기만 하다.

최태분 씨에게도 하니파 씨 자매는 친딸 같다. 최씨는 "모내기철이라 태희(하니파 씨)가 일하는 식당이 쉬는 날만 되면 새벽 다섯 시부터 와서 꼭 도와줘요. 농사라고는 한 번도 지어본 적 없는 아이일 텐데 똑똑하다 보니 농기구 다루는 것도 옆에서 보고 바로 하더라고요"라며 하니파 씨 등을 두드렸다.

말라카 씨에 이어 하니파 씨도 올해 11월이면 아기를 보게 된다. 하니파 씨는 아기가 태어나면 꼭 우즈베키스탄으로 함께 여행가기로 최씨 부부에게 약속했다.

[연기 = 김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