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이름에는 각 나라에서 온 다문화가족이 일곱 색깔이 잘 어울려 환상적인 무지개를 만들어내듯 조화를 이룬다는 뜻이 있습니다. 또 희망을 꽃피우자는 의미도 담겨있죠. 시루는 시루떡에서 이름을 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몽골 출신 이주여성 토야씨(30)가 손님 맞이로 분주하게 움직이며 “한마디로 다문화 식당”이라고 말한다. 실제 이곳에선 몽골, 베트남,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각국의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이 식당이 최근 주목받는 것은 이주여성들이 직접 모국의 먹거리를 만들고, 판매도 한다는 점 때문이다.

이주여성들이 한국 사회에 당당하게 뿌리내리는 토대가 될 자활공동체인 것이다. 특히 한국 문화에 일방적으로 동화되는 것이 아니라 이주여성 각자 자신들의 강점인 모국 문화를 되살려 다문화 특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는 점도 다문화가족 전문가들의 관심을 끈다.

청주지역 이주여성들이 꾸려가는 ‘무지개 시루’는 청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지원센터)의 다문화가족 창업공동체 프로그램 ‘떴다 무지개’로 탄생했다. 지원센터가 이주여성들의 자립·자활을 위해 도입한 취업·창업 5개 사업 중의 하나다.

무지개 시루는 지난 4월13일 지하 230㎡에 40여명이 동시에 식사할 수 있는 공간에 문을 열었다. 지금 무지개 시루에는 몽골과 중국, 일본 등 모두 5명의 이주여성이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한식을 기본으로 중국의 고추순대, 베트남의 쌀국수와 필리핀·몽골·일본 등 각국의 음식을 판매한다.

일하는 이주여성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밝다. 의욕도 넘친다. 토야씨는 “모두가 정말 즐겁고 신나게 일한다”고 말했다. 2005년 한국에 와 다섯살난 딸을 둔 그는 “요즘처럼 행복한 적이 드물다”고 말했다.

“우선 제가 정기적으로 수입을 얻는 일자리를 잡았잖아요. 또 몽골 음식을 맛보게 할 수 있다는 것도 좋습니다. 고기와 양파·배추·설탕을 넣어 만든 호슈르(일종의 빈대떡)와 전통 고기만두인 보치를 주로 마련합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세차장에서 힘들게 일했다는 토야씨는 “경제적으로도 작년보다 나아져 기쁘다”고 말했다.

이주여성들은 무지개 시루를 매개로 함께 일하며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고,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것도 의미가 크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서로에게 각자 친정 나라의 음식조리법을 가르쳐주고, 또 배우기도 한다. 중국 출신인 조인숙씨(45)에게 무지개 시루는 ‘하나의 고마운 희망’이다. 이혼 후 지난해 7월부터 이주여성 쉼터에서 생활하는 조씨는 “직장다운 직장을 갖게 됐다. 여러 나라 음식조리법을 배우며 바쁘게 지내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라면서 “고향 음식을 만들어 손님들께 대접하는 보람도 크다”고 말했다.

다국적 음식을 즐길 수 있고, 값도 저렴해 손님들도 만족한다. 친구들과 식사를 한 양승복씨는 “음식이 정갈하고 맛도 좋다”며 “이런 자활공동체를 통해 이주여성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뿌리를 내리고, 다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무지개 시루는 향후 성과에 따라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 지원센터 정승희 팀장은 “부업교육 정도에 그치는 이주여성 대상 취업교육보다는 공동체적 창업을 통해 자활을 지원한다는 의미에서 ‘떴다 무지개’사업이 시작됐다”며 “무지개 시루가 당당한 사회적 기업으로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주여성들은 현재 무지개 시루 외에 다문화강사단인 ‘무지개 다리’, 각국의 향신료·공예품 등을 전시·판매하는 ‘무지개 나라’, 직접 만든 생활공예품 판매장인 ‘무지개 고리’, 통역과 번역일을 하는 ‘무지개 소리’에서 활동 중이다. 무지개 나라와 무지개 고리는 무지개 시루 옆에 자리하고 있다.

박화순 매니저는 “무지개 시루의 경우 외지까지 소문이 퍼지면서 서울과 수원, 대구 등에서 운영실태 등을 알아보기 위해 직접 찾아오거나 문의가 많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도 ‘떴다 무지개’사업이 다문화가족 구성원의 자활은 물론 안정된 다문화사회를 구축하는 데 큰 기여를 한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이들 사업이 지방자치단체 등의 지원을 얻기는 쉽지 않다. 정 팀장은 “무지개 시루 등도 한국여성재단, 청주시 등이 지원에 나서면서 겨우 가능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일부 지자체나 기업 등은 이주여성들의 자활을 위한 장기적 토대 마련보다는 1회성 이벤트에 관심을 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무지개 시루가 앞으로 홀로서기를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들의 성공이야말로 안정된 다문화사회 정착에 꼭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지원센터 고은영 센터장은 “다문화가족들은 자활 활동을 통해 당당하게 다문화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할 수 있다”며 “자활공동체가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관심과 치밀한 대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공동기획 : 한국여성재단·생명보험 사회공헌위원회

<청주 | 김영이기자 ky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