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긍정적인 다문화가정의 모습을 만들어갑니다."

외국에서 온 아내와의 행복한 삶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다문화가정 남편들이 뭉쳤다. 부산의 다문화가정 자조(自助)모임 '하나회'. 남편들이 모임을 결성한 것은 지난 4월의 일이다.

지난 4월 37쌍 가족 동참 "무조건 한국식 강요 피해야"

"5월에 열린 다문화가정 어울림 한마당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댄스팀을 결성했거든요. 얼굴을 익히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아내들의 사회진출을 돕기 위해 모임을 갖기로 했습니다." 김진호(41) 부회장은 모두 37쌍의 가족이 동참했다고 전했다. 다문화가정 아내들은 중국, 베트남, 페루, 필리핀, 캄보디아 등 8개국에서 왔다. 현재 부산에는 남자 2천759명, 여자 9천20명 등 모두 1만1천779명의 외국 출신 다문화가정 배우자가 있다.

"다문화가정을 이루면서 의사소통 문제가 가장 큰 어려움이죠. 언어가 다르고 문화 차이까지 있다보니 오해 아닌 오해가 생기기도 합니다." 김 부회장은 아내 나라의 언어를 배우고 싶지만 학원이 많지 않고 시간도 부족한 것이 애로사항이라고 했다. 그는 "그만큼 서로를 이해하는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면서 "다문화가정 자녀에게 지원되는 멘토링 서비스가 아내들에게도 주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박희석(36) 총무는 "남편들은 외국인 아내가 한국사회에 적응할 때까지 최대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인을 만들려고 아내를 데려온 것이 아닙니다. 저와 같이 살기 위해 온 사람이죠. 아내가 가진 교육, 문화적 특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당연히 아내도 제가 살아온 문화를 이해해야죠."

서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박 총무는 결혼이주여성에게 무조건 한국을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에 대해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그는 아내의 한국 적응을 돕기 위해 프리랜서로 전업까지 했다. 이런 적응기를 거친 박 총무의 아내는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에 취업했다.

결혼 9년 차인 문동건(45)씨는 다문화가정 남편들을 위한 상담과정이 개설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최근 하나회 회원들과 함께 부산여성회관에서 '다문화가정 배우자로서의 역할'에 대한 교육을 받은 문씨는 "이주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곳은 많지만 남편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곳은 드물다"며 "하나회와 같은 모임이 더 확대돼 다문화가정 구성원들이 함께 해법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사회의 다문화가정에 대한 편견과 정책적 문제를 꼬집었다. 김주영(37)씨는 "우리 사회에는 이주여성을 외국인으로 보고 거리를 두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학교에 적응을 하지 못한 사례가 더러 있는데 이들을 위한 대안학교가 많이 생겼으면 합니다."

김 부회장은 결혼이주여성을 위해 다양한 수준의 교재가 마련되고 공공기관에 다국어로 된 설명서를 비치하기를 희망했다. 또 그는 다문화가정 관련 정책 수립 과정에 결혼이주여성 당사자를 포함시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중간다리 역할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개인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방송에서 다국어 서비스를 제공해 결혼이주여성의 한국사회 이해를 도왔으면 좋겠습니다. 언론에서 다문화가정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다루고 긍정적인 모습들을 많이 보여줘 사회의 인식을 바꿔나가기를 기대합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