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문화 관리 컨설턴트 존몰 씨

글로벌 경영을 하는 기업체에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해외 출장은 점점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다인종ㆍ다국적 사람들과 비즈니스를 할 때 대두되는 문화적 차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세계적인 이문화 관리 컨설턴트인 존 몰(사진)씨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그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현대 언어를 전공하고 프랑스 INSEAD 비즈니스 스쿨에서 MBA학위를 취득했다.

그후 15년간 미국 상업은행에서 근무하면서 미국, 유럽, 중동,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다가 이문화 관리 컨설턴트로 활약하고 있다.

나라마다 국민성 달라…문화이해 노력 중요
다국적 기업 내에선 소통ㆍ협상 능력 키워야
누구에게나 쉽고 정확한 비즈니스 영어 필요

-문화 차이가 글로벌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은.

▶문화 차이는 비즈니스 활동의 모든 면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모두 자신이 일하는 방식이 옳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변화하는 유럽 시장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 기회를 잡으려면 다양성에 대처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프랑스인들은 오만하고, 독일인은 완고하며, 이탈리아인은 변덕스럽고, 영국인은 위선적이다’와 같은 전형적인 문구는 참고만 해야 한다. 대상자가 누구고 어디냐에 따라 서로 통하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인 문화 간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이다. 문화 차이에 대한 가치 판단은 본국에 두고 떠나는 게 좋다. 편견은 상대의 이해에 방해만 될 뿐이다.

-국제 비즈니스 환경에서 통하는 영어는 어떤 것인가.

▶사실 문화 차이는 언어에서 시작한다. 국제 사업계에서 통용되는 비즈니스 영어, 항공사 및 외교에서 통하는 영어는 원어민 영어와는 달리 평이하다. 표준 발음, 한정된 어휘, 슬랭이나 전문 용어는 거의 쓰지 않고 원어민들끼리 자주 쓰는 구어체 표현도 거의 없다. 따라서 “What’s the bottom line?(최저 가격이 얼마죠?)” “This will raise the stakes(판돈을 올리다)” 같은 표현은 외국 파트너를 당혹스럽게 만들 수 있다. 사람들은 상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원어민은 국제 영어를 배울 필요가 있다.

-언어와 관련해서 이문화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언어 사용 방식도 나라마다 다르다. 남부 유럽인들은 주로 구술문화이기 때문에 말에 따라 행동하고 서류는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팩스나 서신에 대한 반응은 “내용이 뭐지?”라기보다는 “왜 써서 보냈지?”라는 것이다. 반면에 북유럽인들은 서류로 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것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차이는 협상, 프레젠테이션, 심지어 전화를 사용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언어는 말하는 단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몸 언어, 복장, 매너, 태도, 관행 등도 포함된다. 만약 북유럽인들이 점심시간에 미팅을 한다면 어떤 행동을 할까. 아마도 샌드위치와 미네랄 워터를 주문할 것이다. 이는 비즈니스에 진지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그러나 남유럽인들이 미팅을 할 때 샌드위치를 주문한다면 비즈니스에 별로 관심이 없음을 의미한다. 남유럽인들은 비즈니스가 진지한 것이라면 고급 레스토랑을 찾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북유럽인들에 비해 개인적 친분을 쌓는 것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국적 회사들에도 문화적 관리가 필요한가.

▶그렇다. 포드, 피아트, 폴크스바겐 등은 기업 문화에 차이는 있지만 모두 자동차 제작의 최고 기업들이다. 문제는 한 문화권에 익숙한 직원이 다른 회사로 갔을 때다. 영국인들은 종종 프랑스인 매니저들이 독선적이고 오만하다고 불평한다. 프랑스인에게 영국 매니저들은 우유부단하고 아마추어 같아 보인다. 왜나하면 두 문화권에서 매니저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영국인 매니저들은 팀으로 작업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근본적으로 서로 협력해 상호작업을 하게 된다. 프랑스 조직에서는 개인의 역량에 좀 더 높은 가치를 둔다.

-글로벌 매니저가 되려면 어떤 역량을 지녀야 하는가.

▶다양한 문화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 다문화 커뮤니케이션, 다문화 협상 능력을 키워야 한다. 또한 다문화 팀을 이끌고, 동기부여를 통해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적, 인종, 피부색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세계인이 가진 공유된 가치체계를 숙지하고 국제 영어와 매너를 익혀야 한다. 국내 시장에서도 의도적으로 다문화 팀을 조직하여 경험을 쌓으면 좋을 것이다. 

/이동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