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원종동 오정초등학교 2학년 1반 교실에 5명의 주부가 모였다. 이 학교의 ‘무지개 주말언어교실’에서 한글을 배우는 이주여성 5개 반 30명의 대표들이다. 이들은 오는 19일에 있을 종업식 준비에 한창이었다.



일본인반 대표인 다카하시 에미(48)씨는 이곳에서 1년간 한국어를 배웠다. 열심히 노력한 덕에 말투가 제법 또박또박해졌다. 그는 지난 1년간 변한 게 무엇이냐고 묻자, 양미간을 찌푸리는 시늉을 하더니 “옛날에는 딸에게 말을 걸면 이렇게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뭐라고요’라고 했는데, 이제는 짜증을 안 내요. 그게 제일 좋아요”라고 활짝 웃었다.

무지개 주말언어교실은 격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오정초교의 다문화교육 프로그램이다. 다문화가정 어머니와 아이 등 70여명이 모이는데 어머니는 한국어를, 아이들은 ‘부모님 나라 언어교실’에서 일본·중국·필리핀·베트남어 등 어머니 나라의 언어를 배운다.

올해 마지막 수업은 지난 5일에 있었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부모님 나라 언어교실에서는 교실마다 어머니 나라의 전통 노래가 흘러나왔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분야가 노래 수업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서로 경쟁하듯 목소리를 높여가며 노래를 불렀다.

필리핀어(타갈로그어) 교실의 경우 10여명의 아이들이 필리핀 노래에 맞춰 ‘대나무춤(뱀부춤)’이라는 민속놀이에 열중하고 있었다. 신문지를 말아 길게 늘어놓고, 두 사람이 서로 마주보고 리듬에 맞춰 발을 디디는 놀이다. 처음에는 박자가 맞지 않아 어색했지만, 아이들은 이내 익숙하게 발을 놀리고 신나게 노래를 따라 불렀다.

어머니 한글교실은 좀 더 진지했다. 받아쓰기를 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어 강사가 받아쓰기 단어를 부를 때마다 반 곳곳에서는 잊어버린 아쉬움으로 인해 “아…” 하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무지개 주말언어교실은 다문화가정에 큰 선물이다. 특히 가정에서 한국어만 쓰기를 강요받았던 이주여성들은 “마음 편히 고국 언어를 자녀에게 가르칠 수 있어 행복하다”는 반응이었다.

아이들은 “엄마와 더 친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베트남어반에서 만난 정태우(10)군은 “이곳에서 배운 베트남어로 가끔 말을 걸면 엄마가 참 좋아한다. 더 빨리, 더 많이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2년 전부터 무지개 주말언어교실을 진행하고 있는 이 학교 김갑성(54·여) 교사는 “다문화가정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어머니 나라의 문화적 정체성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지개 주말언어교실이 여느 다문화교육처럼 한글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 나라의 언어도 함께 가르치는 이유다. 김 교사의 이중 언어 교육은 지난달 25일 다문화교육의 우수사례로 선정돼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김 교사는 “부천시내의 다문화가정 어린이 300여명 모두가 참여하는 언어교실을 운영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부천=글·사진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