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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체제 불법체류 양산 불가피..법.제도 뒷받침 필요
(의정부.남양주=연합뉴스) 김도윤 최우정 기자 = 국내 체류 외국인 100만명 시대, 다문화 사회를 현실로 받아 들이며 정부와 민간 부문이 '더불어 사는 사회 만들기'에 함께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산업의 생산 부문에서 한 축으로 자리잡혀 있는 외국인 불법 체류자의 문제는 그 고민에서 한발 비켜 나 있다.
18일 세계 이주민의 날을 앞두고 찾아 본 남양주 마석가구공단과 의정부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는 이전처럼 '상대를 적으로 보는' 삭막한 상황은 다소 누그러졌지만 '서로 이해는 하지만..'이란, 아쉬운 현장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불법을 묵인할 수 없는 단속반의 단속과 추방 조치, '이 땅이 희망'이라며 굳이 한국에 남으려는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들, 이들의 숨바꼭질은 진행형이다. 인권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불법 체류자 "공장벨이 울리면 뛰어라" = 지난 10월 경기도 남양주시내 한 가구공장. 동남아시아계 외국인 3명이 한국인 근로자와 함께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이 곳 외국인 근로자는 모두 불법 체류자다.
어디선가 걸려온 전화에 공장 안은 기계음이 묻힐 정도로 요란한 벨 소리가 울렸다. 인근 공장에서도 똑같은 벨이 울렸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무작정 뒷문 쪽으로 뛰었다.
일대는 민방위 훈련이 벌어진듯 했다. 동남아 출신의 불법 체류자 A씨는 "'단속 나왔으니 무조건 피하라'는 신호"라고 귀띔했다.
불법 체류 근로자들은 단속반이 언제 닥칠지 몰라 늘 불안하다. 쓰레기 수거차의 경광등에도 깜짝 놀라기 일쑤다. 공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은 2중, 3중으로 굳게 잠겨 있다. 단속반이 갑자기 들이닥치면 도망갈 시간을 벌기 위해서다.
이날 뒷문 밖에는 단속반원 5명이 이들을 기다렸다.
단속반을 뿌리치고 도주한 불법 체류자는 "동고동락하던 동료가 단속반에 끌려가는 것을 보고도 나까지 붙잡힐까봐 차마 도와줄 수 없었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일부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 도망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단속반원들은 '인권 침해' 생각을 떠올리며 더 이상 쫓지 않았다.
미처 피하지 못한 불법 체류자 일부는 공장 2층에서 뛰어내리거나 급히 뛰다 넘어져 다쳐 외국인 지원단체 회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병원 신세를 졌다.
◇단속반원 "다치지 말고 다치게도 하지 마라" = 지난 9월 출입국관리사무소에는 "불법 체류자들 때문에 일자리를 얻지 못한다"는 불만 섞인 제보 전화가 걸려왔다.
제보자는 "직무유기다. 자국민을 외면하느냐"며 욕설을 퍼부었다.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은 7∼8명이 승합차 2대에 나눠 타고 제보자가 알려준 포천시내 한 가구공장으로 향했다.
승합차끼리 교신하며 공장에 도착한 무렵 무전기에 "단속반이 떴으니 대피하라"는 잡음 섞인 소리가 들렸다. 혼선된 것이다.
불법 체류자나 이들을 고용한 업주 측에서 공장 진입로 등을 지키다 무전기로 단속을 알려주는 듯 했다. '이날 단속은 실패했다'고 출입국관리소 직원은 전했다.
또 다른 제보 전화에 지난 10월 남양주시내 한 가구공장으로 향했다. 작전을 짜 직원 5명을 공장 뒤 쪽에 미리 배치한 뒤 일부러 요란하게 공장으로 진입했다.
불법 체류자들은 공장 뒷문으로 도망 나왔고 이들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얼마 전 포천지역 단속 때 직원 1명이 불법 체류자가 휘두른 흉기에 다리를 찔리고 다른 1명은 팔을 물린 상황이 떠올라 조심스러웠다. 도주자는 더 이상 쫓지 않았다.
"'토끼몰이식 단속으로 불법 체류자를 다치게 했다'는 외국인 지원단체의 항의가 달갑지 않은 데다 단속반원들도 대안없이 쳇바퀴돌 듯 단속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한 단속반원은 털어놨다.
◇현행법 불법 체류자 양산 구조.."이제라도 대책 있어야" = 이주 노동자들은 국내 취업 후 1년간 다른 직장으로 옮길 수 없다. 3개월 이내에 재취업하지 못하거나 세 번 이상 직장을 옮기고 자진 출국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불법체류자 신분이 된다.
이때문에 악덕 고용주에게 피해를 당해도 방법이 없다. 이들의 국내 체류기간은 8개월 전만 해도 통상 3년이었다.
고용주는 낮은 인건비 때문에 큰 도움이 되지만 숙련공이 될 때쯤이면 고향으로 돌아가 아쉽다. 일부는 범법자로 전락하는 것을 무릅쓰고 이들을 계속 고용하고 있다.
지난 4월 외국인고용법이 개정돼 체류기간이 5년으로 연장됐지만 근본 해결책은 아니다.
남양주 외국인근로자센터 이정호 신부는 "이주노동자는 우리가 필요해서 고용했는데, 이율배반적으로 단속하고 추방하고 있다"며 "이들이 국가에 기여하는 것을 생각해 사면하고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115만명 가운데 불법 체류자를 18만여명으로 추정했다. 강제 추방된 불법 체류자는 지난해 3만576명, 올 9월 현재 2만2천87명이다.
당국의 강력한 단속과 체류기간 연장으로 불법 체류자는 2007년 22만3천명에서 지난해 20만400명으로 감소하는 등 최근 3년새 조금씩 줄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마구잡이 단속으로 인권을 침해하고 강제 추방하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추락할 것"이라며 "국내 체류 외국인이 100만명을 넘고 다문화를 받아들이는 국민 의식이 성숙해진 불법 체류자에 대한 처우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불법 체류자의 양성화도 필요하지만 무작정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이면 국내 실업사태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의정부출입국관리사무소 국춘택 조사과장은 "사정은 알지만 현 법 체계 하에서는 국민 보호를 위해 단속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 영 사무처장은 "현행 고용허가제는 불법 체류자를 양산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들이 법 테두리 안에 들어오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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