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가 꿈꾸는 희망 "욕하고 때리지 않았으면" "열심히 일하는 모습 보여줘도 한국 사람들은 좋게 샏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한국말을 잘 못하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욕을 하고 때리기도 해요."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디랑크 씨의 말이다. 디랑크 씨는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와서 올해로 4년째 이주노동자로 생활하고 있다.
그는 “예전에는 1년 마다 계약서 썼는데 내년부터 3년 계약서를 쓰고 와야 한다고 알고 있다”며, “외국인들이 일하는 회사는 힘든 일이 많아서 3년 계약하는 것이 근로자에게 별로 좋지 않다”고 했다.
이 밖에 △회사 안에서 외국인 무시하는 행동 △잔업수당 계산 바로 해주지 않는 것 △일 할 때 큰소리로 야단치는 것 △고용허가제 연장 시, 고용주가 연장 기간 안에 신청 안 해주는 것 △상해 시 책임지고 치료하지 않는 것 △급여 명세서에 자세한 내역과 금액이 명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주아동이 꿈꾸는 희망 "다양성을 인정해 주세요" "저는 한국인일까요? 외국인일까요? 저는 어느 나라 사람일까요?"
몽골에서 온 사르내(가명)는 참석자들에게 물음을 던졌다. 어쩌면 자기 자신에게 묻는 형태이기도 한 물음을.
사르내는 7살 때 부모님을 따라 한국에 와 벌써 10년째 한국에서 지내고 있다. 사르내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부모님은 사르내와 동생을 집에 가둬두고 일을 하러 갔었다. 두 번째로 이사한 곳은 공장 옆. 그곳에서 사르내는 동생과 함께 부모님이 퇴근하는 밤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온종일 기다리며 생활했다.
사르내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너무 어려서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무척 외로웠던 것만은 또렷히 기억난다”고 말했다.
한국에 온 지 2년 후, 사르내는 학교에 입학했다. 그 때까지 이름 석 자 밖에 못썼던 사르내에게 학교생활은 버겁기만 했다.
"학교에 다니기 전까지 집에서 몽골 음식만 먹어서 학교급식으로 먹는 빨간색 배추(김치)를 먹는 것이 제일 힘들었어요. 하지만 선생님은 편식을 하면 안된다고 억지로 먹게 했어요. 그래서 점심시간이 너무 싫었어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도 어려웠다. 학교에서 남자아이들이 "니네 나라로 돌아가"라며 놀려도 자신이 한국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싸울 수도 없었다고.
요즘 사르내의 고민은 몽골어다. 한국에서 자랐기 때문에 한국어는 잘할 수 있지만 정작 몽골어는 7살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사르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몽골로 돌아가게 됐을 때 몽골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사르내는 "우리는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겁니다. 다양성을 인정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재외동포가 꿈꾸는 희망 "우리는 조선족 아닌 중국동포" "미국이나 일본의 한인들은 재외동포라고 우대해주면서 유독 중국동포는 '조선족'이라고 비하하는 것 같아요. 조선족이 아니라 중국동포라고 불러 주세요." 중국동포 김용철 씨의 말이다.
김용철 씨는 “한국에서 미등록 체류로 머물고 싶은 사람은 없다”며 “한국에 올 수 있는 문이 좁으니 어쩔 수 없이 미등록으로라도 남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업장에서 근로계약과 최저임금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며 “정부가 근로자의 권익을 보장하도록 감독하고 시행하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난민이 꿈꾸는 희망 "난민의 권리 보장 해달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난민지위인정을 신청한 사람은 2168명으로 이 중 101명이 난민으로 인정됐고, 71명은 난민 인정은 불허됐지만 인도적 지위자격으로 체류하고 있다.
한국은 100만 명당 2명 꼴로 난민을 인정하고 있다. 이는 OECD 30개국 평균 인구 1000명 당 2명 수준에 비하면 매우 인색한 수치라는 것이 인권단체들의 지적이다.
소모뚜(버마)씨는 군부정권인 버마의 민주화를 위해 '버마행동(Burma Action)' 활동을 해왔다. 소모뚜 씨를 비롯한 버마행동 회원 8명은 2004년 난민신청을 했다.
법무부는 이들의 난민신청일로부터 4년이 지난 지난해 9월, 불허통보를 했다. 소모뚜 씨는 "난민 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통역이나 법정 대리인에 대한 지원이 없었고, 법무부 직원들이 고압적이어서 신청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 “성의 없는 인터뷰와 4, 5년 후에 불쑥 불허를 통보하는 것이 한국의 난민제도다”며 “신청자의 정치적 활동과 본국의 변화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난민신청 후 1년이 지난 이주민에게는 취업을 허가해주고 있다. 하지만, 신청자들은 1년 동안 구직이나 생계를 할 수 없고, 정부에서 사회보장을 해주지 않아 여전히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 소모뚜 씨의 설명이다.
이 밖에도 난민 신청자들은 △형식적이고 무성의한 난민인정 절차 개선 △난민신청자에 대한 취업지원과 최소한의 사회보장책 마련 △UN난민협약이 정한 난민 권리 보장을 요구했다.
결혼이주여성이 꿈꾸는 희망 "너희 나라엔 이런것 없지? 질문 안했으면..." 중국에서 온 단가옥 씨는 8년 전 한국인 남편과 결혼했다. 그는 부모님을 보기 위해 여행사에 문의 했는데 “두 분을 같이 초청 할 수 없고, 한 분이 먼저 오고 난 1년 후 다시 다른 분을 초청해야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마저도 부모님이 한국에 3개월 밖에 체류할 수 없다는 것.
“부모님이 몸이 불편하셔서 제가 모시고 살고 싶은데, 비자 때문에 모시기 힘들어요. 자녀로서 부모님을 모시는 것은 당연한데 모실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워요. 우리에게 왜 효도 할 권리를 빼앗아 가는 것이죠?"
단가옥 씨는 한국에 살면서 여러가지 편견에 시달렸다고 호소했다. 특히 “한국에 왜 왔어요? 돈 벌러 왔지요?”, “너희 나라에는 이런 것 없지?”, “이런 것 안 먹어봤지?”라는 질문을 받을 때 가장 속상했다고 한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도 한국에서 함께 살 텐데 이주여성들에게 편견을 가지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영 외국인노동운동협의회 사무국장은 "이날 행사는 이주민들이 직접 자신들의 고통을 털어놓고 자신들이 꿈꾸는 희망에 대해 말하는 뜻깊은 자리였다"며 "이들의 희망이 한국 사회 곳곳에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