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다문화센터

이주민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의 인권시계는 어디쯤?

국가브랜드위원회와 함께하는 다문화기획 2부-2편

기획취재팀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12월 '세계인권의 날'과 '세계이주민의 날'을 맞아 곳곳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열려 모처럼 이주민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지난 12일에는 성균관대학교 경영관 소극장에서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민 등 한국에 사는 이주민들을 위한 축제인 '세계이주민의 날 한국대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이주민들은 결혼이주여성의 생활과 이주아동의 교육권, 이주노동자의 공장생활 등을 주제로 다양한 연극을 꾸며졌다.

이주민들의 삶과 애환 담긴 연극 한마당
"야! 임마! 그거 빨리 가져와. 빨리 빨리 안하고 뭐해? 넌 말이 너무 많아. 닥치고 일이나 해!" 이주노동자들이 공장생활을 꾸민 연극에서는 한국인 고용주의 욕설이 거침없이 재현됐다.

"대를 이으려면 아들을 낳아야 한다. 그것이 너의 임무란 점을 명심해라!" 결혼이주여성들이 만든 연극에서는 한국인의 남아선호 사상과 그로 인해 힘들어하는 이주여성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났다.

"나도 또래 친구들처럼 학생증도 갖고 싶고 핸드폰도 갖고 싶어요. 이주아동이라는 이유만으로 남들처럼 꿈을 꾸는 것도 불법인가요?" 이주아동이 꾸민 연극에서는 차별받고 소외되는 이주 아동의 슬픔이 묻어났다.

이주민과 한국인들은 연극을 보며 함께 웃었다. 이주민들의 가슴아픈 사연을 보며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주민 패션쇼에 함박웃음
이주민들의 패션쇼도 인기만점이었다. 이주여성들이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필리핀, 배트남의 전통의상을 입고 등장하자 관중석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각 나라의 전통의상들은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상으로 아름다움을 자아냈다.

세계이주민의 날 한국대회에서 '이주민패션쇼'가 열려 인기를 끌었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특히 이날 패션쇼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이 공장에서 입었던 작업복을 입고 등장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작업복에는 이곳저곳 노동의 흔적이 가득했지만 입고 나온 이주노동자들의 표정에는 자부심이 묻어 있었다.

이들의 작업복 패션쇼는 노동을 통해 한국의 경제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자부심의 표현이자 다문화사회의 꿈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일종의 퍼포먼스로 풀이된다.

이날 행사에서는 세계인권 60주년을 맞이해 한국이주민인권선언문이 낭독됐다. 한국이주민인권선언문은 모든 이주민은 인종, 국적, 성별, 종교, 언어, 체류자격을 이유로 타인에게 예속되거나 기본적 자유를 제한받아선 안된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한편, 세계인권의 날과 세계이주민의 날을 맞아 흥겨운 다문화 축제가 벌어지는 동안 다른 한편에서는 이주민들의 권리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 및 집회가 열려 대조를 이뤘다.

지난 17일에는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앞에서 '세계이주민의 날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주노동자권리지킴이 주최로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정부가 강제단속을 중단할 것과 고용허가제를 노동허가제로 전환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공감 변호사그룹의 장서연 변호사는 "한국의 다문화는 이주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이주노동자는 대상이 되지 못하고 결혼이주자에 대해서만 일방적인 동화정책으로 한국인 며느리, 아내 만들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한국사회가 진정한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고민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이주민의 날'은 무엇?>
2000년 12월 4일, 유엔총회는 국경을 넘어 타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전세계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이 권리와 자유를 누려야 하는 동일한 존재임을 인식하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이 사회에 미치는 기여를 인정하며, 축하하기 위해 매년 12월 18일을 '세계이주민의 날'로 정하고 이를 기념하고 있다.

문화저널21 기획취재팀 (배문희 기자 baemoony@mhj21.com, 박현수기자 phs@mhj21.com, 김홍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