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안산시 원곡동 '국경없는 마을' (자료사진) |
"서로 인정하고 이웃.친구로 받아들여야"
서로 다른 문화 인정이 관건..전담조직도 필수
(안산=연합뉴스) 이복한 기자 = 경기도 안산시 원곡본동은 '국경없는 마을'로 불린다.
이곳에만 무려 50여개국 1만6천여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다. 원곡본동 전체 주민 수 4만2천900여명의 37.5%에 해당한다. 그 수에 버금가는 불법 체류자 등 미등록자까지 포함하면 거리를 오가는 3명 가운데 2명이 외국인인 셈이다.
원곡동 외국인들의 한국 생활은 길게는 10년 이상부터 짧게는 채 1년도 안 된 경우도 있다. 당연히 각자의 처지와 생활 형편이 다르지만 원하는 것은 똑같다.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 진정한 이웃, 친구가 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가정을 꾸린 지 10년째를 맞은 몽골 출신 한드랙쟁채벨마(39.여)는 "외국인을 바라보는 눈길이 예전보다 많이 부드러워졌지만 아직 피부로 느낄 정도는 아니다"라며 "지구촌의 당당한 구성원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 교육이 걱정인데 외국인 주부들은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한글을 잘 몰라 어려움이 있다"면서 "가정방문 교육 도우미를 한글뿐 아니라 수학, 사회 등 다른 과목으로 확대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 이주노동자 권리지킴이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양태삼 기자 = 이주노동자 권리 지킴이 관계자 10여명이 18일 세계 이주민의 날을 맞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이주노동자 협약의 비준과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 등을 정부에 촉구하는 내용의 선언에 서명한 1천648명의 이름을 공개하며 "정부는 적법 절차를 지켜 단속해야 하고 미등록 이주 노동자를 합법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9. 12. 18 << 한민족 뉴스팀 기사 참조 >> tsyang@yna.co.kr |
행정안전부가 지난 5월 한 달간 국내 외국인(불법 체류자 포함) 현황을 조사한 결과 110만6천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전체 주민등록인구(4천959만여명)의 2.2% 수준이다.
국내 외국인은 2006년 53만6천627명에서 2007년 72만2천686명, 지난해는 89만1천341명으로 해마다 30% 이상 급증하고 있다.
국적별로는 중국(조선족 포함)이 62만4천994명으로 전체의 56.5%를 차지하며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도 21.2%에 이른다. 결혼이민자는 지난해 12만2천500여명에서 10월 말 현재 12만5천여명으로 2% 늘었다.
외국인에 대한 출입국 업무는 법무부, 고용허가는 노동부, 축제.행사는 문화관광체육부, 복지는 보건복지가족부, 교육은 교육과학기술부가 맡고 있다. 정부는 다문화가정 지원을 위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를 꾸려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급증하는 외국인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면 업무를 실질적으로 관장하는 별도의 '컨트롤타워'를 설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낯선 이국땅에서 '코리안드림'의 희망을 일구는 불법 체류자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남양주 외국인근로복지센터 이정호 신부는 "한국은 필요에 의해 외국인 근로자를 불러놓고 이제는 단속하고 추방하는 악순환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들의 노동력을 인정해 합법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조선대 법대 최홍엽 교수는 "장기체류 외국인을 범법자로 돌려보낼 것이 아니라 내국인과 결혼을 했거나 사업주가 필요성을 인정하면 체류 비자를 발급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착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다.
 |
| '세계 이주민의 날' 두 모습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오는 18일은 유엔이 정한 이주민의 날. 이날은 유엔이 1990년 이주민 인권 협약을 제정한 것을 기리고자 필리핀 이주 노동자를 중심으로 아시아 이주 노동자 조직이 '국제 이주민 연대의 날'로 기념해온 것이 기원이다. 13일 오후 여러 인권 시민단체들과 이주 노동자, 이주노조 관계자들이 모여 기념식을 열고 집회를 열었다. 윗 사진은 '이주노동자 차별철폐 공동행동'이 서울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이고 아래는 노동운동협의회(외노협)가 같은 날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학교에서 '2009 세계 이주민의 날 한국대회'를 여는 모습. 2009.12.13 jieunlee@yna.co.kr |
다문화 시대를 맞아 외국인 범죄도 급증하고 있다.
국내 외국인이 관련된 범죄는 2004년 1만2천821건에서 지난해 3만4천108건으로 최근 5년간 2.7배로 많아졌고 올해는 5만건에 이를 전망이다. 외국인 범죄는 살인.강도.폭력 등 강력범죄가 전체의 20%를 차지한다. 최근에는 외환범죄와 사기 등 경제 범죄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대검은 지난 10월 검찰, 경찰, 출입국사무소, 관세청 등과 함께 외국인조직범죄 합동수사본부를 꾸렸다. 법무부도 국내에 체류하거나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의 지문을 채취해 전산 시스템에 입력하도록 하는 내용의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마련 중이다.
과거에는 단기 체류자가 주류를 이뤘지만 지금은 한국을 '제2의 모국'으로 삼으려 하거나 장기간 머물 생각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들을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경기와 전북도, 경기 안산.화성, 충남 천안, 전북 전주, 전남 담양, 경북 구미 등 일부 지자체는 외국인(다문화 가정) 지원 전담 부서를 운영하고 있으나 30개 지자체(행안부 자료)는 해당 지자체는 물론 민간 지원단체마저 없는 실정이다.
다문화 가정은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을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할 전문가 역시 턱없이 부족하다.
이종복 한국다문화가족학회장(평택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은 "다문화가 정착하기까지는 앞으로 100년가량, 즉 3세대는 지나야 할 것"이라며 "다문화가 하루아침에 정착하기 어려워서 전문가를 키우고 이들을 통해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다른 나라가 겪은 잘못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문화가 정착하려면 각각의 문화와 언어를 인정하고 받아들여 각 문화가 상승작용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다문화주의가 단기간에 급속히 형성되다 보니 서로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그 탓에 갈등과 충돌이 생긴다는 것이다.
 |
| 세계이주민의 날 기념 연극 공연 (서울=연합뉴스) 최우정 기자 = 13일 오후 서울 성균관대 경영관 소극장에서 열린 '2009 UN 세계 이주민의 날 한국대회'에서 스리랑카 이주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의 공장생활'이란 주제로 연극을 선보이고 있다. 2009.12.13 friendship@yna.co.kr |
안산시 외국인주민센터 김창모 소장은 "외국인들이 내국인과 동등하게 존중받으면서 지역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자체는 물론 각급 기관, 단체들도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문화 가족은 이미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경제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어 그들을 잘살게 하는 일이 곧 우리 경제를 발전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종복 교수는 "다문화 가정의 자녀 4만4천여명 중 92%가 만 12세 이하인데 앞으로 10년, 20년이 지나면 사회의 주류가 된다"면서 "이들을 이웃으로, 나아가 친구로 받아들이려면 우리가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bhlee@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