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고 | |||
교육전문가들은 결혼 이민자 여성들이 한국어를 제대로 익히지 못한 상태에서 자녀 양육을 하게 되면 자녀의 언어 습득뿐 아니라 학습부진, 소극성, 자신감이나 사회성 부족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어머니로부터 주어지는 구어적 자극의 부족은 발음의 문제만이 아니라 어휘력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영유아들의 언어 교육에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생활 태도나 가치관 형성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도내 다문화 가정은 한국 전체가구 평균 가구소득의 41%에 해당하는 절대 빈곤층을 형성하고 있어 자녀에 대한 양질의 교육과 환경을 제공하는 대다수의 일반 가정과는 출발점이 다르다.
이 때문에 다문화 가정의 보육지원을 위해 영유아 전담시설이나 국공립보육시설 등 보육 인프라의 확대가 시급하다.
생계비마저 넉넉하지 않은 저소득가구에 해당하는 다문화 가정으로서는 양육비가 상대로 부담이 클 수 밖다. 정부의 보육비 지원은 일부에 불과해 효과도 적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이는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의 부담이 따르는 일이므로 지역사회의 복지기관이나 병원, 교육단체, 금융기관, 공공기관, 대기업 등과 연계해 다양한 교육사업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
이들 영유아의 보육시설 무상교육은 제외됐지만 전북도교육청이 내년부터 다문화 가정의 모든 초.중.고교생에 대해 무상교육을 하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특히 도시와 달리 농촌의 결혼 이민자 여성은 일손을 제공해야 하는 현실 때문에 영유아전담 보육시설이 절실하다.
결혼 이민자 여성들이 바라보는 보육시설은 또래를 통해 아동의 발달에 큰 영향을 주는 교육기관인 동시에 하나의 매체로 작용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베트남 출신의 후이린(25) 씨는 "어린이집은 한국어가 서툰 내가 할 수 없는 다양한 역할을 대신 해준다"면서 "아이들이 보육시설에서 한국의 문화와 정서, 심리 등을 무의식적으로 익히면서 언어발달은 물론 사회적응도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많은 시간을 영유아들과 지내는 보육시설 교사들에게도 적합한 다문화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보육시설에서 함께 생활하는 다문화 가정과 일반가정 영유아의 특성과 또래 관계, 식습관, 복장과 청결, 질서와 규칙 등에 대한 서로 다른 차이를 자세히 분석해 이를 통합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어 이를 보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한국적 교육과정과 문화에 낯선 결혼 이민자를 위해 자녀 양육과 교육에 필요한 정보를 보육시설에서 정기적으로 제공하고 남편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북도는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도내 모든 시군에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설치해 결혼 이민자 여성에 대한 한국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각 시군 지원센터는 도에서 1천만원씩을 지원받아 1-5단계의 한국어 교육을 하고 있지만 자녀교육을 위해 언어교육이 더 필요하다는 결혼 이민자 여성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이 같은 요구는 언어교육이 단기간에 걸쳐 한국문화나 생활에 관련된 실용어에 제한되다 보니 다양한 자녀양육에 부족함을 느끼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원센터를 비롯해 사회복지관, 여성회관 등 관련 기관들이 체계성없이 중구난방식으로 한국어교육을 하는 바람에 이주여성들이 혼란을 느끼고 연속성도 가지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어 교육 기본과정을 이수하고 난 다음에는 결혼 이주여성의 상황에 맞게 심층 언어교육이 별도로 지원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익산시 지원센터는 시로부터 한국어 교육을 위한 보조비를 받아 각 동(洞)에 강사를 파견함으로써 기관별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이주여성들에 대한 교육 정도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면서 호평받고 있다.
특히 자녀양육과 관련된 언어교육에서는 아동의 성장단계에 맞게 동화나 놀이, 노래, 등 다양한 콘텐츠를 담은 교재를 개발해 어머니의 언어교육을 아동의 양육과 연계하고 있다.
채옥희 익산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은 "센터에 육아정보나눔터를 설치해 어머니와 아이가 함께 한국어를 교육받고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문화를 익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채 센터장은 그러나 프랑스에서 시민권을 획득하려면 1년6개월의 교육을 이수해야 하지만 한국은 별다른 규제가 없어 결혼 이민자들의 교육은 3개월 안팎에 그치는 바람에 한국어 교육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 일본어를 배우는 다문화 가정에 1년간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다"면서 "한국도 생활비를 지원하면 이민자들이 취업이나 농사일 등을 위해 교육을 중단하는 사례가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지훈 전주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은 "다문화 가정과 일반 가정의 학부모가 결합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해 교류를 활성화하고 다문화 가정의 문제를 전담할 보육교사를 배치하는 것도 시급하다"면서 "특히 보육시설과 각종 관계기관과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권열 전북도 국제협력과장은 "다문화 교육과 지원 사업을 결혼 이민자들에게 복지 수혜자가 아닌 지역사회의 주제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방향으로 전개돼야 하며 일반 시민도 다문화사회에 대한 이해와 어울림을 통해 공생관계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경욱 전북발전연구원 여성정책팀장도 "다문화교육은 국제화 시대에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해 개방적이고 이해하는 자세를 갖는 데서 출발한다"면서 "융통성 있는 유능한 인재 양성을 위해 문화적, 인종적, 민족적 특성에 관계없이 교육적 평등을 이뤄내는 것이 다문화교육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ichong@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