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여기." 서툰 한국말을 연방 외치며 콩고 출신 조셉 씨(38)가 골대 앞으로 재빨리 뛰어들어갔다.

정확히 골포스트 앞에서 헤딩폼을 잡았지만 허탈하게도 공은 오지 않았다. 조셉 씨 팀은 스리랑카, 가나 출신 등이 모인 `다국적 연합팀`. 서로 말이 다르고 한국말도 서툴러 의사소통이 제대로 될 리 없다. 그래도 그의 얼굴은 밝기만 하다. 조셉 씨는 "말만 통했어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는데…아쉽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다"며 "다음 경기 때에는 말 대신 손짓 발짓으로도 작전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수화 연습부터 하겠다"며 웃었다.

지난 21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원곡초등학교에서 `다문화 월드컵`이 열렸다. 이름하여 `국경없는 마을배 안산월드컵대회’로 지난 2002년 이주노동자들의 힘든 삶을 위로한다는 취지로 열린 이래 여덟 번째 대회다.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 비교적 한국이주 노동자 수가 많은 국가들은 단일팀으로 `국가대표`를 꾸렸지만 조셉 씨와 같은 콩고나 스리랑카 등 숫자가 적은 국가의 노동자들은 소위 `연합팀`을 구성해 경기에 나섰다.

이날 경기는 선수단 구성뿐 아니라 몸을 던지는 투혼이나 열정도 월드컵 수준이었다. 전날 내린 비에도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다 선수들 모두가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흙범벅이 되고 일부 선수들은 가벼운 찰과상까지 입었을 정도다. 그래도 누구 하나 불평하거나 `선수교체`를 요청하는 사람은 없었다.

지난 21일 열린 `다문화 월드컵`에서 베트남 노동자들이 선제골을 넣은 뒤 뒤엉켜 환호하고 있다. 모두 흙범벅이 됐지만 이날은 이들에게 값진 경험이었다. ＜이승환 기자＞

외국인 노동자들 외에 흔한 동네 구경꾼 하나 없는 `그들만의 월드컵`이긴 해도 여러 해 지속되면서 이주노동자들 사이엔 꽤나 유명세를 타는 듯해 보였다.

캄보디아 출신인 첨다라 씨(27)는 더듬거리는 한국말로 "2년 전 같이 한국에 들어왔던 친구가 오늘 선수로 뛴다고 해 플래카드까지 만들어 왔다"며 "같이 한국에서 일해도 이렇게 한자리에 모일 기회가 없다 보니 안산월드컵이 우리한텐 유일한 축제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날 우승은 결승전에서 베트남팀을 2대1로 누른 중국팀이 차지했다. 부상은 상금 30만원이 고작이었지만 팀 주장이 봉투를 높게 치켜들자 팀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미드필더로 뛰었던 진롱스 씨(24)는 "상금으로 응원하러 온 동포들과 삼겹살이나 구워먹었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안산 =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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