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20 글로벌 시티즌십 / ② 다문화에 열린마음 갖자 ◆

지구촌이 서로 가까워지고 있다. 편견과 차별이 설 자리는 없다. 저출산ㆍ고령화로 젊은 층이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다문화 포용정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미국 호주 등 선진국들은 이민자들에게 활짝 문을 열어놓고 있다. 2010년은 한반도에서도 인종이나 문화 등 여러 요소가 어울리는 `다문화에 열린 한국`으로 전환하는 변곡점이다.

호주 시드니에서 비행기를 타고 서쪽으로 4시간30분 걸려 도착한 퍼스. 서호주를 이동하는 관문이면서 경제 중심이어서 200여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리사 스카피디 퍼스 시장은 "퍼스에 머무는 사람들은 국적에 상관없이 모두 퍼스 시민"이라며 "퍼스를 위해 이민자를 모으는 게 궁극적인 목표며 이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굉장히 자랑스럽다"고 설명했다.

현재 서호주 지역 인구는 220만명으로 이 중 150만명이 퍼스에 살고 있다. 매년 이민이나 출산으로 3%씩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서호주 지역 인구 중 40%는 비영어권 국가 출신이다. 의사 소통을 위해 영어 교육이 절실하다.

그러나 스카피디 시장은 "학교에서 배우는 게 영어가 최우선 순위에 있지 않다"며 "다문화를 이해하고 배우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퍼스시는 2년에 한 번 시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데 최근 전체 중 92%가 퍼스에 사는 것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호주에는 18세기부터 전 세계 이민자들이 몰려들었다. 현재 호주 전체 인구는 2100만명. 호주 전체 면적이 한국의 78배인 점을 고려할 때 여전히 인구가 부족한 상황이다.

그래서 이민자들을 적극 받아들이고 있다. 2년 이상 호주에서 공부하거나 일하면 영주권 신청 자격을 준다. 이를 통해 사회보장제도를 동일하게 받을 수 있다.

호주 정부는 1976년 차별철폐법을 발표했다. 뉴사우스웨일스주는 2000년에 다문화법을 만들어 이민자 포용정책을 펼치고 있다. 다문화법은 기회 균등, 다문화 존중, 다문화 프로그램 참여, 다문화와 다언어 보존 등 네 가지로 구성된다.

호주에 있는 퍼스시의 노천 카페에서 시민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호주의 친이민정책을 보여주듯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다.

빅토리아주는 호주에서도 문화가 가장 다양한 곳이다. 인구 493만명 가운데 43%는 자신이 외국에서 태어났거나 부모가 외국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호주인`이라는 자부심을 강조하는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린 피클 빅토리아 교육ㆍ유아교육 개발(DEECD) 매니저는 "단순히 영어가 아니라 `글로벌 다문화 시티즌십`에 대한 다양한 교육과정을 모든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며 "예를 들어 학생들은 아시아 문화와 신념, 교역의 중요성 등을 배운다"고 설명했다.

하스 델랄 호주문화재단 디렉터는 "호주 다문화정책은 문화나 인종에 상관없이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한다"며 "커뮤니티를 활성화해서 소속감을 높이며 다문화 사회의 장점을 많이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1975년 시드니로 건너간 고남희 이민 전문 법무사도 호주 이민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는 "호주에서 차별을 받은 기억이 거의 없다"며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인종과 함께 공부하고 일하다 보니 인종 차별에 대해 모두들 스스로 엄격하다"고 설명했다.

2002년 취임한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9ㆍ11테러 직후였던 당시 상황으로 인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민자 없이는 뉴욕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적극적으로 이민자 친화 정책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2003년 이민자에게 법적 지위에 상관없이 모든 공공 서비스를 일반 시민과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2008년에는 주요 시정부 업무를 7개 언어로 제공할 것을 강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이민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전통주간(Heritage Week)`을 시 차원 행사로 격상시켰다.

목표는 분명하다. 이민자들이 미국 사회 일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뉴욕시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분야는 교육과 법률상담 등이다.

[특별취재팀 ＝ 정혁훈 기자 / 이진우(상파울루) 기자 / 김병호(드레스덴ㆍ파리) 기자 / 정욱(뉴욕) 기자 / 박용범 기자 / 강계만(시드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