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앞둔 24일 밤 브라질 상파울루 도심에 위치한 이비라푸에라 공원. 화려하게 밝혀진 수십 ｍ 높이의 대형 트리 주변으로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려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아빠, 엄마, 아이의 피부색이 제각각인 `혼혈가족`이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는 것.

리카르도 씨(42)는 "브라질에선 인종차별적인 표현을 쓰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며 "법이 무섭다기보다는 시민들 스스로 인종차별을 의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왔다는 여대생 에밀 씨(22)는 "다른 브릭스(BRICs) 국가들과 비교할 때 브라질의 장점 중 하나가 인종차별이 없다는 것"이라며 "시민들 모두가 인종차별을 의식하지 않는 나라"라고 자랑스러워했다.

# 2. 미국에서 인정받고 있는 인도인 A교수는 한국과는 다시 일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한국의 한 학회에서 강연요청을 받고 준비하고 있었지만 얼마 전 갑작스레 다른 연사로 대체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내부 사정을 물어봤다가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연사 중에 백인이 없어 보기에 `모양`이 좋지 않다는 평가 때문에 백인 교수로 대체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는 것이었다. A교수는 "한국 사회는 백인만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이렇게 수준 낮은 차별이 있는 나라와는 일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115만명을 넘어선 2010년 한국.

여전히 외국인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불편한 진실`은 사회 곳곳에서 발견된다. 백인들에게는 조심스러워하면서 다른 외국인은 무시하는 21세기판 사대주의가 퍼져 있다.

세계 꼴찌 출산율 한국의 30~40대 인구는 이미 2006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노동가능인구(15~64세)도 2016년부터 감소세로 접어든다. 줄어드는 `한국인`을 대신하고 있는 것은 외국인이다. 2050년에는 외국에서 온 이주민 숫자가 409만명에 달해 인구 10명 중 1명을 차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단일민족 한국`의 신화가 더 이상 유지되기 힘든 상황에서도 아직 우리 사회는 과거의 틀에 갇혀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인 여교수와 결혼한 후 파리에서 스포츠기획사를 운영하는 이승근 씨(51)는 "83년 프랑스로 이민와서 단 한번도 아시아인이라고 차별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명훈을 바스티유 국립오케스트라 초대 지휘자로 앉혀 키워준 것이 바로 프랑스"라며 "여기서는 훌륭하다고 인정하면 누구든지 키워주려는 도량이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G20 정상회의 개최로 높아진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에 비춰보면 한국의 외국인 수용도는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전 세계가 하나로 묶이는 시대에 외국인 친화 사회로 변모하지 못한다면 이류국가로 남을 수밖에 없다.

한국인과의 `다름`을 그대로 인정하고 외국인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파티마 샤마 뉴욕시 이민정책국장은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외국인들이 주류 사회에 동화될 때를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된다"며 "사회 전체가 외국인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특별취재팀 ＝ 정혁훈 기자 / 이진우(상파울루) 기자 / 김병호(드레스덴ㆍ파리) 기자 / 정욱(뉴욕) 기자 / 박용범 기자 / 강계만(시드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