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다문화가정 자녀 전형'으로 입학하는 새내기 3명

"며칠 전 어머니가 '나 때문에 네가 따돌림당하지 않게 기도해 왔다'고 말씀하셨어요. 너무 죄송했어요. 난 어머니와 함께 다니는 게 창피했거든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담배를 피우고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리던 차봉권(19·성동공고 3년)군이 가슴 깊이 묻어 뒀던 필리핀인 어머니 얘기를 꺼냈다. 일본인 어머니를 둔 김은주(19·영덕고 3년)양과 전소희(19·구리여고 3년)양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동국대가 올해 처음 시작한 다(多)문화가정 자녀 전형을 통해 입학을 앞두고 있다. 차군은 전자전기공학부, 김양과 전양은 국제통상학부와 철학문화윤리학부에 합격했다.

지난 11일 서울 필동 동국대 캠퍼스에서 3명이 만났다. 생기발랄한 여느 10대처럼 수다를 떨던 이들이 어린 시절 이야기가 나오자 표정이 진지해졌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차군 일기장에는 "나는 학교에서 '왕따'다"고 적혀 있다. 피부가 검다고 친구들은 '시컴둥이'라는 별명으로 불렀다. 김양은 "초등학교 친구들은 '쪽발이'라고 놀려 정말 학교 가기가 싫었다"고 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일본에서 전학 온 전양은 "역사를 배우기 시작한 6학년 때부터 친구들은 나를 일본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심하게 괴롭혔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춘기가 되자 정체성 고민에 빠졌다. 차군은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라는 생각에 무척 힘들었다"고 했다. 김양은 "국적(國籍)이나 어머니는 내가 선택한 게 아닌데 사람들이 겉만 보고 나를 욕할 때마다 혼란스러웠다"고 했다.

이들은 적성을 찾으면서 방황을 이겨냈다. 차군은 고등학교에 진학해 전자부품 조립에 열중했고 서울시 주최 실기경진대회에서 은메달도 땄다. 김양과 전양은 일본어능력시험(JLPT) 1급 자격증을 땄다.

새내기들은 벌써 대학생활의 꿈에 부풀어 있다. 전양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했다. 김양은 "주위 시선에 상관없이 당당하게 대학생활을 하겠다"고 했고, 차군은 "남성미 물씬한 권투 동아리에 가입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