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정체성 흔들린다” 이민 막아라 vs “노동인구 줄어 국력 약화” 이민 더 받자 미국이 2050년에도 세계 유일 초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 국제문제 전략가들 대부분은 미국이 현재의 지위를 유 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경제 대국인 중국이 이미 미국의 강력한 도전자로 떠오르면서 국제질서는 이른바 주요 2개 국(G2)체제로 변하고 있다. 게다가 유럽연합(EU)이 정치 통합을 가속화하면서 ‘유럽합중국’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때문에 향후 국제질서는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G2체제, 또는 미국과 중국 및 EU의 다극 체제로 변모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로선 이런 예측이 어느 정도 들어맞을 가능성이 높지만 향후 국제 질서의 양상이 다르게 움직일 숨은 변수가 있다. 바로 인구문제이다. 인구문제가 향후 수십 년간 국제 정치의 지형을 바꾸는 ‘새로운 폭탄’으로 떠오르고 있다.
▲ 미국과 함께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캐나다의 은퇴자들이 의사당 앞에서 연금 지급을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 photo 로이터 새 인구 폭탄은 전세계 인구의 증가 문제가 아니라 인구 구성과 분포의 문제다. 실제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이미 고령 화와 노동 인구의 감소 때문에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미국 인구통계국에 따르면 현재 13%인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20년에는 16%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처럼 심하지는 않지만 미국도 유엔이 정한 고령사회 문턱(14%)을 넘어 서는 것이다. 미국의 고령화는 특히 노동인구의 중추를 이루던 베이비붐 세대의 대거 은퇴가 그 출발점이다. 미국의 베이비 붐 세대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6년부터 1964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의 수는 7800만여명으로 미국 전체 인구(3억840만명, 2010년 1월 1일 현재)의 25%에 달한다. 현재 47~65세의 연령층을 형성하고 있는 이들은 올해 부터 앞으로 10년 내 본격적으로 은퇴한다. 이들의 은퇴와 함께 미국의 노동인구(15~59세)는 향후 40년간 15%밖에 증가하 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1950년에서 2010년까지 노동인구 증가 비율(60%)보다 훨씬 낮은 규모이다. 반면 2050년이 되면 미국의 60세 이상 인구는 현재의 두 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에도 엄청난 부담이 된다. 국가 발전이나 군사력 유지에 필요한 예산 지출 규모는 그만큼 줄어든다. 미국 의회 예산국은 노 인복지에 필요한 예산이 2030년까지 GDP의 25%, 2050년까지 47%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미국이 초강대국의 지 위를 유지하기 위해 군사비를 현재의 비중대로 사용한다면 노인복지에는 필요한 예산을 투입할 수 없게 된다. 고령인구 때 문에 미국이 초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셈이다. 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이민자들은 대부분 갓 출생한 아기가 아니라 주로 30~40대들이다. 이들도 조만간 고령 인구 에 포함된다. 이민이 노동 인구의 비율을 단기적으로 높여줄 순 있으나 장기적으로 볼 때 청년층의 비율을 높여주지는 못한 다. 미국이 장기적으로 노동자와 퇴직자의 비율을 현재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매년 평균 1080만명의 이민자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연구도 있다. 이민문제는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사회 현안이다. 미국 인구통계국은 이민 추세를 고려할 때 현재 주류인 백인의 비중(68%)이 전체 인구의 절반 이하(49.9%)가 되는 시기가 2050년이 될 것이며 백인 어린이가 소 수가 되는 시기는 2031년이라고 예측했다. 2050년 이후가 되면 미국은 히스패닉, 아시아계, 흑인이란 소수 인종의 국가가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주로 공화당을 비롯해 상당수 백인들은 국가 정체성을 이유로 이민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고령인구를 대체하기 위해 이민을 대폭 늘리기는 현실적으로 많은 제약이 따를 가능성이 높다.
유럽의 고령인구 급증과 노동인구 감소는 미국보다 더욱 심각하다. 유엔에 따르면 유럽의 출산율이 현재를 유지했을 때 2050년까지 인구 감소가 없는 국가는 프랑스, 영국, 아일랜드, 룩셈부르크뿐으로 추정된다. 이들 국가도 급속한 고령인구 의 증가로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경우 노동인구는 2050년까지 9% 감소하지만 고령인구는 79% 증가 한다. 유럽 전체를 보면 2050년 노동인구 중 24%가 줄어들 것으로 보이고 60세 이상 인구는 47%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 다. 유럽 각국은 고령인구가 급증하면서 연금문제로 엄청난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유럽의 현재 노동인구 100명당 연금 을 받는 고령인구는 35명이다. 지금 추세라면 2050년까지 100명당 75명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유럽 각국이 연금 개혁 문 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가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유럽 각국은 이에 따라 은퇴 시기를 연장해 연금 지급시기를 늦추거나 연금 지급액을 축소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강력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이 될 수밖에 없다. 이들이 전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50년이 되면 3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산 업혁명이 시작된 1820년 수준이다. 1950년 68%였던 이들의 GDP 비중은 이미 2003년 47%로 떨어지면서 하락세를 보여왔 는데 노동인구의 계속된 감소로 반등할 수 없을 것이란 추정이 나오고 있다. 전세계 인구 중 이들 나라 인구의 비중으로 볼 때도 현재 17% 수준인 미국과 유럽 및 캐나다는 2050년 12%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인구 감소 원인은 물론 저출산율 때문이다. 유엔인구기금(UNFPA)의 ‘2009년 세계인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평균 출산율은 2.54명으로 선진 국 1.64명, 개발도상국 2.70명, 저개발국 4.29명이다. 가난한 국가일수록 출산율이 높다. 선진국 출산율은 2007년 1.58명, 2008년 1.60명, 2009년 1.64명을 기록했다. 출산율이 2.1이면(이를 인구대체출산율이라고 부름) 이민이라는 외부 변수의 도움 없이 현재의 인구 규모를 유지할 수 있다. 선진국들이 고령인구 급증과 노동인구의 감소에 따라 국력이 약화된다면 향 후 국제질서는 요동치게 된다. 동남아가 오는 2050년까지 세계 인구 증가의 6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이들 지역의 15세 이하 청소년 인구는 전 세계의 9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은행은 또 2030년이 되면 이들 지역의 중산층이 12억명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2005년보다 무려 200%가 늘어난 규모. 이렇게 되면 개도국들의 중산층 인구는 미국과 유럽 및 일본 전체 인구를 합한 것보다 많게 된다. 중산층 인구가 크게 늘어날 개도국은 중국,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터키, 멕시코이다. 이에 따라 글로 벌 경제의 중심축도 선진국에서 이들 국가로 이동하게 된다. 이와 관련 미국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은 ‘2050년의 G20’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중국이 2032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이 된다고 전망했다. 그런데 이 보고서에서 주목 할 점은 2009년부터 2050년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은 국가가 인도(6.19%)라는 것이다. 이어 중국(5.56%), 멕시 코(4.29%), 브라질(4.16%)의 순이다. 중국 vs 인도 인구전쟁, 15년 후 역전 으로 세계 1위 인구대국이고, 인도는 11억9800만명으로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양국의 인구 순위는 오는 2025년이면 바 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인구통계국은 인도의 인구가 2025년 13억9600만명을, 중국이 13억9500만명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 측했다. 양국의 인구 순위가 역전되는 것은 출산율 때문이다. 중국의 출산율은 1990년대 2.2명을 기록한 이후 계속 하락하면 서 2000년대에는 1.6명을 밑돌고 있다. 반면 인도의 출산율은 1인당 2.7명을 유지하고 있다. 출산율 감소는 노동인구 하락으 로 이어져 중국의 20~24세의 노동인구는 올해 1억2400만명으로 최대를 기록한 뒤 점차 하락할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의 20~24세의 노동인구는 2024년 1억1600명으로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인도는 이미 14세 이하 연령층에서 1990년부터 중 국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UNFPA에 따르면 1990년 중국과 인도의 14세 이하(2~14세) 인구는 각각 3억2411만명과 3억2641 만명이었다. 인구학자들은 현재 14세 이하 연령층이 생산의 주력이 되는 15년 뒤에는 인도가 중국보다 노동인구가 많아 중 국보다 높은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인도의 전체 노동인구는 늦어도 2025년엔 중국을 앞지르고 2050년에는 중 국보다 2억4400만명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는 2020년 전체의 16.7%, 2050년 30%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고령인 구 급증과 노동인구 감소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 분명하다. 중국에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1가구 1자녀 정책’을 바 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골드스톤 미국 조지메이슨대학 교수(공공정책학)는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즈(1·2월호)에 실린 ‘새 인구 폭탄’이란 제 목의 커버스토리에서 선진국들의 고령화와 노동인구 감소, 개발도상국의 젊은층 급증으로 21세기 국제질서는 크게 변할 수 밖에 없으며 부침(浮沈)하는 국가들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 파라과이 노인들이 연금 삭감에 항의하며 시위하고 있다. / photo AP 골드스톤 교수는 앞으로 국제사회는 고령화된 선진국들의 제1세계와, 젊은층과 노년층이 적절한 비율로 섞이고 빠르게 성장 하면서 경제 활력이 넘치는 국가들의 제2세계, 경제력과 정부의 통제력이 약하지만 젊은층이 많은 국가들의 제3세계로 구성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1세계는 미국·캐나다·유럽·일본·한국·싱가포르와 2030년 이후의 중국 등이, 제2세계는 브라질·인도· 멕시코·태국·터키·베트남과 2030년 이전의 중국 등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골드스톤 교수는 내다봤다. 제3세계는 아프리카·중 남미를 비롯한 저개발 국가들을 말한다. 골드스톤 교수의 이런 예측이 아니더라도 국제경제 질서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으 면서 기존의 주요 8개국(G8)에서 주요 20개국(G20)으로 넘어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앞으로 G8 국가들의 경제력이 더 욱 약화될 경우, 국제 정치 질서도 변할 수밖에 없다. G8 국가들은 현재 모두 고령인구 급증과 노동인구 감소로 체력이 약화 되고 있다. 이런 추세로 볼 때 이른바 제2세계로 분류되는 국가들이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이 강화되면서 유엔을 비롯한 국제 기구에서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 인도 초등학생들이 벽과 지붕이 없는 교실에서 공부하고 있다. / photo AP 이와 관련,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슬람 국가들의 인구 급증이다. 이슬람 국가 중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파키스탄·나이지리아 ·터키·이집트·방글라데시 등 6개국의 인구는 지난해 8억8600만명에서 2050년 13억61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들 6개국을 포함해 현재 인구가 가장 많이 늘어나는 48개국 중 이슬람 국가이거나 무슬림 인구가 33% 이상 되는 국가가 28개국이나 된다. 앞으로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이슬람 국가들과 서방이 극단적으로 대립할 경우 자칫하면 엄청난 충돌이 벌어질 수도 있다. 특히 가난한 이슬람 국가들의 젊은층이 극단주의에 빠진다면 세계 곳곳에서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 2010년 1월 19일자 위클리조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