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분 한국교육개발원 수석연구위원

한국인과 재혼(再婚)해 이주해온 외국 여성들이 데려온 자녀를 '중간 입국 자녀'라고 부른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다문화 가정의 새로운 문제로 등장했다.

중간 입국 자녀들은 어머니가 결혼으로 집을 떠난 후 대개 외조부모와 함께 살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다. 한국에 입국한 후에도 1년 정도 홀로 집안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장기간 교육 공백 상태에 빠지는 셈이다. 한국어를 전혀 할 수 없는 이 아이들을 가르칠 한국어 지도 특별반(KSL 과정)이 있는 학교도 드물다. 이들은 자신의 연령대에 맞는 일반 학교에 입학할 능력이 안 되고 그렇다고 발달 특성상 맞지도 않는 초등학교 저학년에서부터 교육을 다시 받을 수도 없다. 그러니 최근 원희목 의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간 입국 자녀의 재학률은 일반 학생 재학률 92~97%의 절반 수준인 47%에 불과하다. 상급 학교로 갈수록 진학률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들을 위한 정식 대안(代案)학교도 없다. 이들 청소년들은 시민단체나 기관에서 운영하는 미(未)인가 대안시설의 교육 프로그램을 찾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런 대안시설에도 중간 입국 청소년들의 특성과 요구를 반영한 전문적인 교육 과정은 없다.

학교 부적응은 중간 입국 자녀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에서 태어난 다문화 가정 청소년까지 더하면 약 2만여명(한국교육개발원 추산)이 학교 다니기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 숫자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다. 현재 국제결혼 비율이 10%를 넘는 상황에서 다문화 가정 청소년들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 사회에 인종문제가 집단적으로 불거지지 말란 법이 없다.

특히 중간 입국 자녀의 경우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에 있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한국어 구사에 문제가 있더라도 당장 돈을 벌 수 있다면 학교를 떠나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일은 거의 없다. 지금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각자의 장래(將來)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만드는 교육이다. 대안시설의 교사들은 구체적 진로 지도까지 하기엔 역부족인 상태다.

EU·UNESCO·OECD에서는 본토 아동과 이민 아동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인종 간 갈등 해소의 핵심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제시된 것이 간(間)문화 교육(intercultural education)이다. 미국과 영국은 이민자 가족들을 대상으로 언어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독일은 이민 가정 청소년의 직업능력 향상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 영국 독일 정도는 아니더라도 많은 다문화 가정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다문화 가정 청소년들의 학교 적응을 돕기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적응 교육기관 설립이 반드시 필요하다. 생계유지를 위해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청소년들을 위해 '다문화 가족을 위한 방송중·고등학교'와 같은 교육 지원도 생겨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탈북 청소년도 다문화 가정 청소년과 일부 비슷한 양상을 보이며 사회문제로 등장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탈북 청소년의 학교 부적응도 심각하며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교를 포기하고 밖으로 나도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지금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훗날 겉잡을 수 없는 사태가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