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더우, 지엔방, 시까이, 쟈오”

경기도 남양주시 시청 제2청사 작은 무지개방. 초등학생 2명이 ‘머리, 어깨, 무릎, 발’ 노래를 중국어로 부르고 있었다. 이들은 중국과 러시아에서 우리나라로 시집온 결혼이민여성의 아이들로, 남양주시청이 마련한 이중언어교실에 참가하고 있다.

남양주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는 2월부터 다문화 자녀가 다문화 시대 미래 인재로 자랄 수 있도록 이중언어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중언어교실 중국어반, 베트남어반을 일주일에 한 번씩 진행하고 있다. 4월부터는 주 1회였던 수업시간을 주 2회로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한국어와 외국어를 함께 사용하여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수업인 '이중언어교실'에선 만 5세에서 8세 사이 아이들이 무료로 참가 가능하다. 한 반 정원은 한국 아이와 다문화가정 아이들 10명이다. 

중국어반은 등록 인원이 7명인데 이 날 수업엔 결석생이 다소 많아 2명의 어린이가 참여했다. 베트남어반은 등록 인원이 중국어반만큼 아직 많지 않다.

중국어교사 이설씨가 아이들에게 신체 명칭을 중국어로 말하고 있다.

이중언어교실 수업을 진행하는 강사는 모두 해당 국가 출신 결혼이주여성이다. 지난해 센터에서 실시한 ‘이중언어 지도자 양성과정’을 이수하고 학습지도안 발표, 실제 모의 수업 시범 등을 거쳐 강단에 섰다.

중국어를 가르치는 이설씨(29·남양주시 평내동)는 중국 길림성 전자통신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으로 시집온 결혼이주여성이다. 유학 온 한국 남성과 결혼해 한국으로 온 지 4년째라는 그녀는 아이들에게 모국어를 가르치는 게 보람 있고 재미도 있단다.

수업 시간이 작다보니 강의료가 많진 않지만 이런 강의 경력을 쌓아 앞으로 좀 더 전문적인 일을 하는데 밑거름으로 삼고 싶다고 했다.

이설씨는 “아이들이 엄마나라 말을 알면 엄마를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커서 아빠나라 말, 엄마나라 말 둘 다 잘할테니 두 나라를 잇는 훌륭한 인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국어교사 이설씨가 아이들에게 동요를 중국어로 부르고 있다

장래 꿈이 경찰관이라는 김한강군(9.평내초등 2학년)은 “중국말이 재미있다”며 선생님 입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김군의 어머니 굴라라씨(러시아 출신)는 “한국어를 잘하려면 중국어인 한자를 잘 알아야 한다”며 “한국뿐 아니라 동남아에서도 중국어가 많이 쓰이기 때문에 아이에게 중국어를 일부러 가르친다”고 말했다.

동요도 곧잘 부르던 정유정양(8.덕소초등학교 1학년)은 작곡가가 되는 게 꿈이란다. 정유정 어린이의 엄마 김희미씨는 중국이 고향이지만 “혹시 아이가 한국말을 잘 못 할까 봐 집에서는 중국어를 잘 쓰지 않는다”며 “중국어를 알려주고 싶은데, 이런 공부방에서 무료로 중국어를 배울 수 있다니 무척 좋다”고 말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직접 가르치고 싶었으나 이상하게 중국어만 하면 아이가 울음을 터뜨려 그동안 가르치지 못했다고 한다.
 

정유정양이 머리를 뜻하는 중국어를 찾아 표시하고 있다

한국인의 국제결혼 비율이 10%를 넘는다고 한다. 다문화 가족 아이들의 언어 교육에 보건복지가족부에서도 여러 가지 지원책을 세우고 있다. 다문화 가족 아이들의 한국어 교육뿐 아니라 점진적으로 엄마나라 말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각 지자체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는 이중언어교실을 운영해 게임, 놀이, 노래 등으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엄마나라 말과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남양주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정인희 팀장은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엄마나라 말을 자연스럽게 배워 아이와 엄마 사이에 친밀감도 높이고 이중언어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다문화 시대 글로벌 리더로 키우자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시집 식구와 남편 등 가족들은 아이가 엄마나라의 말을 사용하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혹시나 아이가 한국말을 배우는데 어려움을 겪을까 걱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어렸을 때부터 이중언어 교육을 하면 한국어도 잘하고 다른 말도 잘하는 다문화 시대 인재로 자랄 수 있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의견을 알려 가족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 역시 이번 사업의 중요한 목표라고 한다.

10년 후, 20년 후, 우리 사회를 좀 더 폭넓고 다양한 색채로 아름답게 칠할 성인이 될 다문화가정의 어린 자녀들. 남양주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일요일에도 문을 활짝 열어놓고 엄마나라 말을 배울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정책기자 박경숙(주부)  521365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