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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 법무부는 미국과 일본, 태국을 비롯한 주요 지역의 재외공관에 27명의 주재관(영사)을 두고 있으나 최근 '집단 맞선' 등 물의를 빚은 끝에 '한국인과 결혼 중단' 조치를 내린 캄보디아에는 파견하지 않은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날 '재외공관의 주재관 현황'을 묻는 연합뉴스의 질문에 "비자업무 부담이 많은 곳을 위주로 선정하다 보니 주재관이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에 몰리게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2010년 3월 현재 해외 주재관 현황을 보면 국가별로는 중국이 12명, 도시별로는 역시 중국의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과 산둥(山東)성 칭다오가 각각 3명씩으로 가장 많다. 중국에는 베이징과 상하이(각 2명),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와 지난해 처음 파견한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도 1명씩 있다.
아울러 일본(도쿄, 오사카)과 필리핀(마닐라), 러시아(모스크바, 블라디보스토크)가 각 2명이다. 또 로스앤젤레스(미국), 하노이(베트남), 방콕(태국), 뉴델리(인도), 다카(방글라데시), 자카르타(인도네시아), 울란바토르(몽골), 이슬라마바드(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대부분 아시아 지역에 1명씩 파견돼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결혼과 노동 이주민 숫자가 급증 추세인 캄보디아에 주재관을 두지 않은 이유로 "캄보디아는 해외여행 자유화가 안돼 태국, 방글라데시 등에 비해 입국자수가 적다"는 점을 들었다.
이 관계자는 "우리도 법무관 파견의 확대를 바란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정부의 해외 주재관 숫자 동결 원칙으로 숫자가 줄어들고 있어 늘리는 게 어렵다"면서 "특정 지역의 이민행정 수요가 있더라도 주재관의 추가 파견을 위해서는 현지 공관장이 적극적으로 건의를 해줘야 반영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한국인과 결혼한 캄보디아인 수는 지난 2004년 72명에서 2005년 151명, 2006년 365명으로 해마다 두 배씩 늘어나다가 2007년에는 1천759명으로 급증했다. 또, 2008년 551명으로 대폭 감소했다가 2009년에는 한국인의 여성 배우자 수만 1천372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최근 동남아와 유럽 공관에서 근무한 정부 관계자들은 "외교부 영사가 출입국 행정을 소상히 알고 있지만 아무래도 (법무부 주재관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다문화 전문가 다수는 재외공관의 이민행정 전문가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2008년 한국인 결혼중개업자의 탈법 행위로 빚어진 캄보디아의 국제결혼 잠정중단 조치 당시 법무부 주재관을 파견, 현지를 오가는 한인 결혼중개업자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영사 관리를 했더라면 위장결혼이나 캄보디아 정부의 '한국인과 결혼 금지' 조치의 예방도 가능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캄보디아를 비롯해 특별 관리가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동남아 등 주요 지역에 이민행정에 밝은 법무부 주재관이 파견돼 필요한 선제 조치를 했어야 마땅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성회 (사)한국다문화센터 사무총장은 "2년 전에도 캄보디아의 국제결혼 금지 조치로 큰 망신을 당한 데 이어 또 같은 지역에서 유사한 일이 발생한 것은 우리 정부의 영사 업무의 취약성과 허술함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하고 "만시지탄이지만 동남아 지역에 주재관들을 다수 파견해야한다"고 말했다.
원진숙 서울교대 교수(국어교육과.전 다문화교육연구원장)는 "`인신매매식 결혼' 지적까지 나온 이번 '캄보디아 사태'는 정부가 국내외를 오가며 탈법 행위를 일삼는 일부 결혼중개업자들을 엄중히 단속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며 "유사한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곳을 중심으로 단속권을 가진 보건복지부나 법무부 인력을 가급적 많이 파견, 급증 일로의 영사 수요에 대처하는 것도 훼손된 국가 이미지를 회복하고 올바른 결혼문화를 정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duckhwa@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