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음식 주문 들어왔어요.”

부산 서면에 있는 다문화 레스토랑 ‘레인보우 스푼’. 딩동 소리와 함께 몽골, 베트남, 필리핀 등에서 온 종업원 6명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야채를 썰고, 기름에 볶고, 예쁜 접시에 담아 마지막 세팅까지, 10분 가량 지나니 각국의 전통요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 보는 요리에 아이들은 신기하다는 표정이었고, 넥타이를 맨 직장인들도 색다른 요리에 군침을 꼴깍 삼켰다.

음식으로 다문화를 맛보고, 눈으로 다문화를 체험하는 다문화 레스토랑 레인보우 스푼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가정 출신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이다. 부산과 울산, 양산의 거주외국인을 돕는 삼산거주외국인지원협회가 중심이 돼 2009년 8월 7일 문을 열었다.

다문화 레스토랑 레인보우 스푼에서 일하는 결혼이주여성의 모습.

레인보우 스푼의 목표는 한국에 온 결혼이주여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 주변에 사는 다문화가정에겐 고향음식을 선보여 자신감을 살려주고, 한국인에겐 음식으로 선입견을 깨는 것 역시 그들의 목표다.

현재 대부분의 결혼이주여성은 한국어를 잘 몰라 아르바이트조차 하기 힘들고, 고향과는 다른 문화 탓에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게다가 많은 한국 사람은 색안경을 끼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레인보우 스푼 레스토랑의 이영수 팀장은 “다문화 가정을 위해 다양한 정책들이 나오고 있고 한글교실이나 콜센터 등 각종 사회적응 프로그램이 있다”면서 “우리는 보다 경제적인 면을 지원하기 위해 레스토랑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다문화가정 여성분들이 한국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종목이 그다지 많지 않고 제한적입니다. 하지만 음식은 그들이 고향에서도 늘 만들던 것이라 부담감이 없고, 고용창출이 가장 많이 일어나며 전문성도 살릴 수 있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동남아 전통 공예품을 즐길 수 있는 이색적인 공간.

현재 이곳에는 몽골과 베트남, 필리핀 등에서 온 외국인 12명과 한국인 4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간단한 조리테스트를 거친 이들로, 부산조리사협회와 동의대 조리학과 교수의 자문을 받아 한 달간 요리메뉴를 정하고 연습했다. 다문화가정만의 음식이 되지 않도록, 또 한국인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요리의 맛과 향을 바꿨다.

또 식당 한쪽에 공간을 마련해 고향의 전통공예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혀에 이어 눈으로 다문화를 느끼며,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부분은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이들이 갖고 있던 것이라고 한다.

노동부에선 이 같은 노력을 하고 있는 이곳을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인정하고, 매달 직원 한 명 당 85만9000원을 지원하고 있으며 각종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종업원들은 이곳에서 일하며 꿈을 키워가고 있었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온지 약 4년 6개월이 된 막티흰씨(30)는 레인보우 스푼 레스토랑에서 약 5개월째 근무하고 있었다. 막티흰씨는 한 달에 약 85만 9000원정도의 임금을 받고 있으며 가끔 인센티브를 지급받기도 한다고 했다.

“음식점에서 주방장을 하면서 계속 일자리를 옮겼어요. 이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어서 참 좋아요. 또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을 사귈 수도 있고요. 레인보우 스푼이 유명해져서,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셨으면 좋겠어요.”

인도네시아에서 건너와 11년 동안 한국에서 살면서 한국국적을 취득한 박현아씨(여·38)도 행복하다는 표정이었다.

“초등학생, 중학생 두 아들이 있는데,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돈이 많이 들었어요. 레인보우 스푼 레스토랑에서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우리 아들 학원도 보내주고 열심히 공부할 수 있게 밀어주고 있어요.”

짜요(베트남) 고이꾸온(베트남) 보츠(몽골) 효소르(몽골) 4가지 요리로 구성된 레인보우 스페셜 메뉴.

하지만 언제까지나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에선 예비 사회적기업에게 최대 3년간 임금을 지원하고 세제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적기업으로 인증 받은 곳에 한해 2년 더 지원하고 있다. 그래서 이곳에선 가능한 한 빨리 정식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는 매출이 그다지 많지 않다고 한다. 재료비와 관리비 및 부대비용, 부과세를 내고 나면 매출의 약 10% 가량만이 순수익으로 남는다고 한다. 그나마 이 정도의 순수익도 아이온시티 건물주가 사업 취지에 공감해 가게를 무상으로 빌려주고 있기 때문에 거둘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꿈을 포기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곳에선 장기적으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해 다문화가정이 자립하는데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내놓을 것이라고 한다. 또 전국에 체인점을 열어 다문화가정 여성에게 일자리도 주고 싶다고 한다.

매출이 그다지 많은 것도 아니고, 아직은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수익을 낼 수도 없지만, 레인보우 스푼에선 다문화가정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희망이 싹트고 있었다. 이들의 소망대로 전국에서 ‘레인보우 스푼’ 레스토랑을 만날 날을 기대해본다.

정책기자 최주현(대학생) juhyeonchoi@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