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입의 지속적인 증가에 따라 정부는 2006년 여성결혼이민자가족 및 혼혈인·이주자 사회통합 지원 대책을 시작으로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 제정 등에 이르기까지 다문화사회에 대한 정책적·제도적 대응을 부지런히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다문화정책 대부분은 대상이 외국 이주민의 10%대에 불과한 결혼이민자에 국한돼 있다. 이주노동자와 국외동포, 유학생 등을 위한 정책적 대응은 사실 소홀한 편이다.

또 그간 다문화가족 지원 정책은 워낙 여러 부처에서 추진되다 보니 중복성 사업이 많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그나마 지난해 12월 국무총리실 산하에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 성격의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가 출범했으나 갈 길이 아직 멀다. 

결혼이민자들을 지원하는 정책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단체 차원에서 양적으로 다양하나 질적으로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 서비스 내용이 대체로 결혼이민자들의 우리 사회 동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이들의 모국 문화에 대한 이해와 양국 문화 간 소통 기회가 부족한 점은 향후 개선돼야 할 대목이다.

차례 음식도 척척 다양한 국적의 결혼이민여성들이 우리나라 차례 음식을 만든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결혼이민자 가정을 시혜적 관점에서 지원하는 분위기도 바뀌어야 한다. 이들의 소득수준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전문가들은 이들이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사회적 책임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려면 이주·이민자들을 복지 수혜 대상자로만 대할 게 아니라 이들은 물론이고 이들의 자녀 세대들을 염두에 둔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사회통합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최근 연구보고서 ‘다민족·다문화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정책패러다임 구축:다문화사회의 사회통합과 다각적 협력체계 증진방안’에서 이주민과의 사회통합은 언어·정치·경제·사회·정체성·문화적 통합이 총체적·동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일상생활을 위한 언어교육과 더불어 이주민을 대상으로 취업을 위한 언어 교육도 병행돼야 하며 이주민의 취업경력과 특성에 맞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본국의 학력과 경력·기술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래야 이들이 경제적으로 수월하게 자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한국이민학회가 공동으로 전국 7만3000여 결혼이민자 세대를 대상으로 한 2009년 다문화가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월평균 가구소득 100만∼200만원 미만이 전체의 38.4%로 가장 많았다. 100만원 미만도 21.3%나 됐다. 정부가 지원하는 직업훈련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10.4%로 굉장히 낮았으나, 직업훈련 참여 의향은 72.8%로 상당히 높았다.

이처럼 결혼이민자들의 취업 욕구가 강한 만큼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취업과 연계한 직종별 언어교육과 직업훈련이 이뤄지고 이들의 기술이나 경험이 활용되는 기회만 충분히 제공된다면 이들의 자립을 유도해 빈곤화를 막고 복지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사회적 비용이 감소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장기 정책 과제로 시급한 것은 결혼이민자 자녀들이 학교와 가정, 지역에서 제대로 적응할 여건을 조성해주는 일이다. 국제결혼 역사가 짧아 아직은 이들 자녀 대부분이 어리지만 2세대가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시기가 됐을 때 불이익을 당하거나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단계별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차별받지 않도록 제도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5월 기준 이들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자녀는 총 10만3484명이며 만 6세 이하가 전체의 59.6%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다.

교육과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져 이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아버지 나라와 어머니 나라의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정책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적 노력과 별개로 내국인들은 이주민의 피부색과 출신 국가 경제력에 대한 근거 없는 편견을 갖지 않도록 시대적 흐름과 사회적 환경에 걸맞은 의식과 태도를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유엔의 인종차별철폐협약에 가입은 했으나 인종차별금지법은 아직 제정하지 않았다. 향후 이주민들이 교육, 노동, 의료, 복지, 주거 등 사회적 권리를 내국인과 동등하게 누리도록 하려면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김보은 기자 spice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