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탈주민 1만5000명 시대에 진입함에 따라 탈북 청소년의 수도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교육체계는 아직 미미할 뿐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학업 성적을 중심으로 하는 정책보다 청소년기의 올바른 가치관 형성을 비롯한 종합적인 교육체계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29일 현황조사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등학교 재학중인 탈북 청소년 수는 2006년 474명, 2007년 772명, 2008년 966명이었다가 올해 1143명으로 매 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탈북 청소년들은 남북의 교육제도, 내용, 문화 차이에서 오는 혼란으로 인해 적응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진행하는 ‘북한이탈학생 교육지원 자원봉사단’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최경자 신서초등학교 교감은 “탈북 청소년들은 학교생활에서 학습능력 뿐만 아니라 심리적 불안정감, 정체성 혼돈 등으로 비행이나 일탈행동 등의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다”며 “건강이나 심리상태 관리에도 종합적인 지원체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 교감은 또 “시교육청은 탈북 청소년들을 다문화가정 범주에 넣어 예산을 배정하려 한다”며 “다문화가정 아이들과는 다른 성격을 갖고 있는 만큼 별도의 예산에서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과 전혀 다른 남측의 경쟁적인 교육환경에 대해서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올해 3월 탈북에 성공한 김모씨(35·여) 가족. 두 자녀 중 딸(8)은 1학년, 아들(11)은 자신의 나이에 비해 한 학년 어린 3학년으로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현재 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한글’을 깨우치지 못해 모든 과목들이 전체적으로 뒤떨어진다는 것.

박경남 삼산사회복지사는 “탈북한 아이들에게는 우선적으로 한글교육이 시급하다”면서 “아이들의 부모 역시 교육 정보의 부재와 사교육에 관한 고민이 크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입국하는 탈북 청소년들의 경우 북한이 극심한 식량난을 겪었던 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 성장기를 거쳤기 때문에 영양부족으로 인한 학습능력 장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 북한에서 국내로 입국하기 전 중국 등 제3국에서 체류하는 동안 학습 공백기가 생겨 힘들어하는 청소년들도 상당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박근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통일위원회 위원장은 “학습 공백기를 겪은 탈북 청소년들이 자기 연령보다 1년 내지 그 이상 낮은 학년으로 편입되면서 다른 학생들과 어울리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다른 학생들이 탈북 청소년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도록 지도하는 동시에 전문상담교사 배치 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영온 기자 adjudge@as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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