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 7만명 시대]곳곳서 양적팽창 부작용
유학 빙자한 취업수단 악용 … 서울대·연고대서도 적발
한국으로 공부하러 온 외국인 유학생 10명 중 1명이 장기 결석으로 불법 체류자 신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상대적으로 입국이 쉬운 유학을 일부 유학생들이 취업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와 각 대학들에 따르면 정부가 외국인 유학생 유치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급격한 양적팽창으로 인한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교과부는 지난해 외국인 유학생의 과도한 중도탈락률과 불법취업 그리고 이들이 관련된 각종 범죄가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전국 4년제와 2년제 대학을 대상으로 실태점검을 벌였다. 실태점검 결과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관리 부실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과부는 실태점검을 통해 외국인 유학생 이탈률이 지나치게 높거나 입학·학사관리가 부실한 22개 대학을 뽑아 제재를 했다. 특히 학생 이탈률이 50% 이상인 9개 대학에 대해서는 법무부와 협의, 사증발급을 제한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학생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대학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대학가에서 일반적 현상처럼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어학연수(353명)와 학위취득(1020명)을 목적으로 서울대로 유학 온 외국인 학생 1373명 가운데 22명이 장기간 학교에 나오지 않아 불법체류자로 분류됐다. 서울대뿐 아니라 연세대 45명, 고려대 36명, 이화여대 26명 등 대부분 주요대학들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 박영아 의원(한나라당)이 교과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08년까지 3년간 국내에서 전체 유학생 수 7만1531명 가운데 8465명(11.83%)이 학교를 이탈했다.
전문대의 경우 상황이 훨씬 심각해 외국인 유학생 3명 중 1명이 불법체류자 신분이다. 특히 12개 전문대는 지난 3년간 입국한 유학생 전원이 불법체류자일 정도다.
불법 체류자를 출신국가별로 살펴보면 중국이 6914명으로 가장 많고 베트남(890명), 몽골(286명)의 순이다. 이를 불법체류율로 보면 베트남(31.9%), 우즈벡(16.0%), 중국(12.3%) 등의 순이었다.
교육계에서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지나치게 높은 이탈률의 원인을 학생모집이 어려운 일부 학교가 재정충당을 위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마구잡이로 유학생을 유치한데서 찾고있다. 물론 한국에서의 취업을 원하는 외국인 유학생과 대학의 이해관계가 맞았기 때문이다.
박영아 의원은 이에 대해 “마구잡이식 유학생 유치는 우리 고등교육 발전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며 “불법체류 학생이 일정비율이 넘는 학교에 대해서는 선발권을 제한하는 등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부도 지난해 6월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의문이다. 이미 유학생 문제가 일부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고, 정도가 심한 일부 대학을 제외하면 교과부가 관여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선 대학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지만 선발권은 최종적으로 해당 대학에 있기 때문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문제가 된 대학들의 개선 이행실적을 제출하도록 했다”며 “유학생 관리가 부실한 대학은 대학재정지원사업 등 대학 평가에서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탈률과 함께 외국인 유학생이 특정지역과 국가에 편중됐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각 대학들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유학생의 출신지역이 지나치게 아시아 지역에 집중됐다. 특히 전체 외국인 유학생 중 중국 출신 이 차지하는 비중은 심각한 단계를 지났다.
교과부 자료에 따르면 2009년 현재 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7만5850명이고, 이중 아시아권 국가 출신이 7만133명(92.5%)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 국가별로는 중국 출신이 5만3461명(70.5%)에 달한다. 특히 중국 출신 편중 문제는 2007년 4월 조사에서 68%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더 커진 것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