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 7만명 시대](1)‘불편한 코리아’
7만5천여명 공부 … 주거·의료·금융 등 일상생활 힘겨워
“중국학생들은 일본 미국에서 공부하고 귀국하면 다들 유학했던 국가가 좋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유학한 학생들은 그런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한국은 지한파를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있는가.”
국내 외국인 유학생이 7만5000여명에 달하고 정부가 10만명 유치에 발 벗고 나섰지만 이들의 기억 속에 한국은 ‘불편한 코리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한파’를 양성해 한국의 국제 위상을 높인다는 정부 방침이 기대보다 낮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 서비스 사용도 어렵다” = 지난 22일 교육과학기술부 안병만 장관이 국내 외국인 유학생 대표 25명을 만났다. 이번 간담회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수요에 맞는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안 장관은 외국인 유학생들의 쏟아지는 애로사항을 들어줘야 했다. 유학생들이 토로한 애로사항은 거창한 것 보다는 비자, 기숙사, 장학금, 취업, 의료보험 등 한국 에서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들이었다.
서울대에서 공부하는 일본인 사카자키씨는 “인터넷으로 행정서비스를 받으려면 본인 확인을 해야 하는데 외국인등록번호로 인증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행정서비스도 어렵지만 특히 민간기업의 다양한 서비스를 인터넷으로 활용하기는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학생비자 문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높았다.
연세대 이광휘씨(중국)는 “학생비자를 3년 단위로 내주는데 한국에 와서 학위를 받으려면 4~5년은 공부해야 한다”며 “특히 비자를 연장할 때 법무부에서 1년만 연장해주고, 절차도 너무 까다롭다”며 교과부에 문제해결을 요구했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또 어학연수가 끝난 12월부터 학기가 시작되는 3월까지 국내에 머물 수 없다는 점도 불편사항으로 꼽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유학생은 출국하거나 불필요한 어학연수에 다시 등록해야 한다.
외국인 유학생들의 이런 불만은 국내 한 시민단체의 조사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서울YMCA가 지난 1월 서울·수도권 소재 대학 외국인 유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생활 불편과 피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대부분의 외국인 유학생들은 일상생활 영역에서 여러 가지 피해와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피해나 불편을 겪을 때 해결방법을 모르거나 도움 받을 곳이 마땅치 않으며 정보도 충분히 제공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유학생 100명 중 51명이 주거문제로 피해를 겪었다고 답했다. 피해를 경험한 51명 중 28명은 한국 학생에 비해 높은 월세를 냈다. 심지어 계약기간이 끝난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도 5명이나 됐다.
◆ “월세도 비싸게 받아” = 휴대전화는 유학생들에게도 필수품이다. 그러나 유학생 중 상당수는 휴대전화 사용에서도 불편을 느끼고 있었다.
조사대상 유학생 100명 중 90명이 휴대전화를 쓰고 있으며 32명(36%)이 불편을 겪었다고 답했다. 이를 피해유형별로 보면 선불금 요구가 가장 많았고, 요금제를 대리점 맘대로 결정한 사례도 많았다. 심지어 일부 학생들은 본인 명의 등록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금융서비스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역시 의사소통이 유학생들의 금융거래를 어렵게 만드는 가장 주요한 원인이었다.
한국에서 금융거래를 해본 경험이 있는 유학생 81명 중 58명(72%)이 이런 애로사항을 밝혔다. 이어 외국인이란 이유로 서비스 제한 14명(24%), 계좌를 만드는 절차 복잡 4명(7%) 등의 순이었다.
의료서비스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유학생 100명 중 46명이 한국에서 의료서비스를 이용해 봤다. 이들 46명 중 39명(85%)이 불편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이를 사유별로보면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31명(80%)으로 가장 많았고 응급처치를 받기 전에 진료비를 청구 받은 부당한 경우도 있었다.
이에 대해 서울YMCA 관계자는 “유학생들이 생활상의 불편과 피해를 겪었을 때 도움을 줄 상담체계, 무료 법률서비스 지원 등 사회적 지원체계가 절실하다”며 “특히 이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과 생활문제 관련 지침서 발간 등 정보제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