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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습니다."
아시아계 이주 여성 다수는 언어나 문화적 차이로 인한 사회적응 문제 외에 뜻밖에도 자국 대사관에의 박대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서울 목동의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만난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 결혼 이주민들은 "우리 대사관을 찾아가는 게 몹시 부담된다"며 국제결혼에 대한 이상한 시각, 국적포기 신청시 막대한 비용, 늑장 행정, 개인신청 서류 접수 거부 등을 주된 이유로 들었다.
호찌민 출신인 임 모(27.서울 금천구 가산동) 씨는 "귀화하지 않아 아직 베트남 사람인데 단지 한국인과 결혼했다는 이유만으로 교민으로 관리해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볼멘 소리를 했다. 그는 "범죄 경력증명서를 떼려고 베트남대사관에 갔는데 한국인과의 결혼을 확인한 뒤 `내가 처리할 수 없으니 베트남내 가족에게 연락해 발급받으라'고 했다"며 투덜댔다.
한 여성은 "아기 비자를 신청하러 갔는데 베트남인이 운영하는 여행사에게 맡기도록 종용했다"며 " 여행사를 통하면 빨리 해결되지만 수수료가 많이 든다. 한국에 귀화할 때 국적포기 비용도 120만원이나 들었는데 왜 이렇게 비싼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고려인 3세인 남 타티하나(31.서울시 도림동) 씨는 "천문학적인 수수료와 민원 처리의 소요 시간 문제"를 제기했다.
법무부가 복수국적을 용인하는 내용의 국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가운데 우즈벡 여성 중 국적포기에 드는 비용 100여만원이 너무 비싸 귀화를 못하는 사람이 많으며 일부 여성의 남편들은 돈 문제로 귀화에 선뜻 동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국적포기 신청시 최장 2년이 소요되는 것도 불만거리 중 하나다. 한국정부는 우즈벡 등 일부 국가들의 민원 소요 시한을 감안해 한국국적 취득시 자국적 포기시한을 6개월에서 2년으로 연장 조치했다.
우즈벡 여성들은 또 "국적을 포기하면 친정에 가기 너무 힘들다"며 "대사관에 `나라 배신했다'고 비자를 잘 안내주려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한 이주민은 "필리핀대사관도 한때 한국에 시집온 자국 여성들을 달갑지 않게 생각했으나 이들이 대사관을 방문, 관계자들을 면담하고 영어 교사나 통역 등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전해진 뒤 민원실 분위기가 크게 개선됐다"며 "우리도 '낙동강 오리알 신세'라고 한탄만 하지 말고 단결된 힘으로 풍토를 바꿔보자"고 제안, 박수를 받았다.
한 필리핀 여성은 주한 필리핀 대사관은 자체 행사 때에도 이주여성들을 도우미 등으로 적극 활용하는 한편 이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입국사무소에서 노란 조끼 차림으로 인턴으로 일하는 한 여성이 "노란 조끼를 입고 대사관으로 몰려가 항의하자"고 목소리를 높이자, 주위 사람들이 박장대소를 터뜨리기도했다.
우즈벡 출신의 한 여성은 "우리 대사관도 모국 관련 행사 때 전통의상 대여나 관계자 파견 등 지원 요청을 묵살하는 등 비우호적이었는데 작년 방한한 모국의 고위인사가 출입국사무소에 왔을 때 이주여성들이 통역 및 자원봉사자로 열심히 활약하는 것을 보고 우리에 대한 인식이나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duckhwa@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