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토 라란 빈 이브라힘 주한 말레이시아 대사

세계화 시대에는 다인종ㆍ다문화 환경이 일반화되고 있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끼리 조화롭게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말레이시아는 독립 이후로 말레이인, 중국인, 원주민, 인도인 등으로 이뤄진 다인종ㆍ다문화 사회였다. 다문화를 포용한다는 것은 남과 다른 차이를 포용하는 것이다”라고 다토 라란 빈 이브라힘 주한 말레이시아 대사(사진)는 설명한다.

말레이시아는 영어가 일상에서 통용되는 아시아의 영어강국이기도 하다. 한국과의 수교 50주년을 맞아 이브라힘 대사를 만나 다문화 사회와 영어교육에 대해 들어봤다.

서로 다른 가치ㆍ라이프 스타일 배우고 즐겨야
말레이 학생들 한국서 ‘할 수 있다’ 정신 배워

“각기 다른 인종, 언어, 종교 등 인종적, 문화적 ‘차이’의 화합은 꼭 같은 음식, 문화를 공유하지 않아도 서로 간의 다른 가치, 라이프 스타일의 진가를 알아보고 그것에 흥미를 갖고 배우고 즐기는 데서 시작한다”고 이브라힘 대사는 말문을 열었다. 말레이시아에는 영국의 식민지 시절부터 중국, 인도네시아 출신 이민자들이 함께 살고 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1986년 외교부에 입성, 자카르타, 싱가포르 등지를 거쳐 동아시아의 첫 국가로 한국에 오게 됐다고.

이브라힘 대사는 “한국은 ‘빨리빨리’ 문화로 짧은 시간에 자국의 미래를 적극적으로 찾았고, 항상 창의적으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세계를 리드하고 있다. 현재 말레이시아 학생들을 한국 최고 학교들에 파견해서 경쟁(compete)근성과 ‘할 수 있다 정신(can-do spirit)’을 배우게 하고 있다. 이들이 말레이시아로 돌아가 한국에서 배운 노하우와 경험을 말레이시아 발전을 위해 사용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195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전까지 서양의 문화와 교육시스템을 경험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때문에 대다수 국민들이 서양문화에 익숙하고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데, 이는 해외 투자자와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했다고.

이브라함 대사는 “말레이시아에서는 영어뿐 아니라 만다린어(표준 중국어)까지 습득이 가능하다. 2005년 말레이시아 내 5천명에 불과하던 한국인이 현재는 6천명의 학생들을 포함해 약 1만4천명으로 증가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미국이나 서양 대학교의 입학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해외유학을 염두에 두고 있는 한국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양질의 교육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2년부터 수학, 과학을 영어로 가르치는 말레이시아의 ‘영어몰입교육’을 중단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수학과 과학의 경우 꼭 영어로 가르칠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통합의 관점에서 수학, 과학은 말레이어로 배우게 하고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사립학교나 국제학교들에서는 전 과목을 영어로 가르치게 하는 정책을 펼칠 계획이다”라고 이브라힘 대사는 밝혔다.

이브라힘 대사가 생각하는 글로벌 리더의 조건은 무엇일까. 그는 “한국은 이미 글로벌리더다. 현재의 업적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자기비판을 통해서 더 나은 발전을 이뤄나간다. 한국은 지난 500년간 단일 민족 국가였던  탓에 다른 민족,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익숙하지 않다. 태생적으로 다인종ㆍ다문화 국가였던 말레이시아도 인종 간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하나의 국가, 함께 건설하는 미래와 번영을 끊임없이 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한이  이동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