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민 성공사례 발표 (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 러시아 출신의 고려인 3세 박 스베트라나(45.충주시 교현동) 씨와 중국 한족 출신의 송지위(33.홍천군 월운리) 씨는 15일 오후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여성가족부 위탁 전국다문화가족사업지원단(단장 고선주)의 주관으로 열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워크숍'에서 소득증대 성공 사례를 발표, 참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사진 왼쪽으로부터 송지위 씨, 고선주 전국다문화가족사업지원단장, 김태석 여성가족부 실장, 박 스베트라나 씨, 남편 정호인 씨. 2010.4.15 duckhwa@yna.co.kr

러·중 출신, 봉제 영농사업가로 우뚝 서

(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 "어머니 치마 밑에서 배운 바느질 솜씨가 봉제사업가의 꿈을 키워줬어요."(박 스베트라나.러시아)

"남편을 돕던 '보조 농사꾼'이 '여성 농업가'로 성장한 게 꿈만 같아요."(송지위.중국)

갖가지 어려움을 딛고 우뚝 일어선 이주 여성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고려인 3세인 박 스베트라나(45.충주시 교현동) 씨와 한족 출신의 송지위(33.홍천군 월운리) 씨.

이들은 15일 오후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여성가족부 위탁 전국다문화가족사업지원단(단장 고선주) 주관으로 열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워크숍'에서 '경제적 자립'을 실현한 결혼이민자 성공 사례를 발표, 참석자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스파스크달리 출신으로 7년 전 정호인 씨와 결혼해 입국한 박 씨는 충주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받은 사회적 기업 교육을 토대로 지난해 6월부터 충주시에서 이주여성 10명과 한국인 6명을 채용, 환자복과 의사복, 또 결혼이민자들의 특성을 살려 각국의 전통의상 등을 제작 판매해왔다.

박 씨는 제품 생산뿐 아니라 '1년 내 3차례 재수선' 서비스 아이디어로 인기를 끌었다. 전화나 방문을 통한 거래처 관리에 이어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어 충주 특산품을 전국에 판매할 계획도 세우고 있는 박 씨는 "결혼 이민자로서 한국사회에서 멋지게 자리잡아 우리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는 게 꿈이다"고 말했다

남편 정 씨는 "수 년 전 사업 구상을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잘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예상 외로 혼자서 잘 헤쳐나가는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한족 출신 이주민 송 씨는 "남편에게 영농 일을 조금씩 배우던 내가 경영 책임까지 맡은 여성 농업인으로 성장해 기쁘다"고 말했다.

송 씨는 홍천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주선으로 2년 간 결혼이민자 영농기술교육을 받은 뒤 이민자 10여명을 모아 공동 텃밭 개념으로 각자 200평씩의 '어울림 텃밭'을 만들었다. 지역의 여성 농업인들과 연대해 각자 수확한 농산물을 모아 병원과 학교, 또 여러 도시의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했다. 이어 태국 고추와 베트남 야채 등 결혼 이민자들이 모국에서 가져온 씨앗으로 다국적 야채를 재배했다.

이 같은 '어울림' 영농 브랜드는 전국의 농가에 알려지기 시작해 농촌 지역의 결혼 이주여성들에게 일자리 창출을 위한 영농사업 및 소득 증대 아이디어를 제공해 준 셈이 됐다.

랴오닝성 선양 출신으로 6년 전 한국인과 결혼해 입국한 송 씨는 "이주여성들이 대개 공장이나 식당 등지에서 힘들게 일하지만 생계에 큰 보탬이 되지 않는 데다 가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며 "이들을 위해서라도 농촌에서 자녀 교육을 함께 하며 수익도 올릴 수 있는 여성농업인의 역할 모델을 제시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경남 사천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이인숙 씨는 "결혼이주민들이 봉제 등 친정 국가에서 배운 기술을 이곳에서 더욱 갈고 닦아 사업가로서의 꿈을 키워가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며 "우리 센터도 결혼이민자 중심의 '사회적 기업' 육성에 주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성공사례 청취 소감을 밝혔다.

duckhw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