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우리들의 이웃 ‘다문화 가정’-정착 성공사례

“이젠 어엿한 한국 아줌마 이주여성 수호천사 희망”

 

대전·충남북에는 현재 1만6000여명이 넘는 결혼 이주여성이 함께 살고 있다.

많은 이주여성들이 낯선 땅에서 언어, 문화, 경제적으며 어려움을 겪지만,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정착에 성공한 이들도 많다.

현 위치에서 자신의 일에 충실하며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솟소팔, 이홍매씨를 만나봤다.

“어서오세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지 4년째를 맞는 솟소팔(25·여)씨.

반갑게 인사하며 순대국을 나르는 모습이 한국 아가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얼굴은 앳돼 보였지만, 그의 말투와 행동 곳곳에서는 한국 아줌마의 피(?)가 흐르는 듯 했다.

말끝마다 “우리 동헌아빠…”라며 남편을 부르는 호칭을 한국식으로 정확히 구사했고, 순대집(중구 선화동)에 오는 손님에게는 한국의 특유한 친절한 미소로 반갑게 맞이했다.

솟소팔씨는 남편 정구영(44)씨와 아들 정동헌(4)군이 있는 한국이 제 2의 고향이라고 말할 정도로 이제는 한국사람이 다 됐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그러나 그에게도 힘든 시기는 있었다.

“처음 한국에 왔을때는 몸무게 10kg이 빠질 정도로 음식도 안맞고 의사소통도 어려웠어요. 특히 전화 통화시에는 발음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한국에 대한 애착이 가더라구요.”

그의 한국 정착을 도와준 것은 남편이었다.

남편은 틈틈히 한국어 선생님이 돼주었고, 캄보디아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남편 못지않게 시어머니 또한 솟소팔씨의 ‘솟’이 한국 성씨 ‘송’과 닮았다며 송은지라는 한국 이름을 지어줄 정도로 아꼈다.

가족들의 든든한 사랑과 관심으로 그는 4년만에 한국 생활에 완전히 정착했고, 이제는 같은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이주여성들의 큰 언니 노릇을 도맡아 하고 있다.

“매주마다 선화동에 거주하는 캄보디아 여성 3명과 모임을 갖고 고향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고향 이야기를 나눠요. 이들과 몇시간씩 수다를 떨다보면 외로움도 덜해지고, 그들에게도 힘이 돼 줄 수 있어서 틈나는 대로 한국 문화를 알려주려고 해요.”

할수만 있다면 다문화 전도사가 돼 어려움을 겪는 이주여성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는 그는 오늘도 열심히 한글 공부에 매진한다.

“이주 여성들이 이 땅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역할을 찾을 수 있도록 힘이 돼 주고 싶습니다.”

한국으로 시집온 지 올해로 14년 된 중국 조선족 이홍매(39)씨는 자타가 인정하는 당당한 한국 아줌마(?)다.

한국에 대한 동경을 안고 한국 남자와의 결혼을 자처한 그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결혼생활을 후회해 본적이 없을 정도로 한국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결혼 후 연년생 아들 둘을 키우면서도 한국을 알기 위해 대전대와 대전대 대학원에 들어가 학구열을 불태웠고, 졸업후에는 대학강사, 일반 회사에 들어가며 한국 생활을 몸으로 부딪쳐가며 체득했다.

그가 이렇게 낯선 땅에서 날개를 펼 수 있었던 것은 자상한 남편과, 인자한 시부모님의 따뜻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결혼한 지 14년이 됐는데도 남편은 제가 과분하대요. 결혼하자마자 통장을 맡기는 걸 보고 결혼 참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변함이 없네요. 시부모님도 인종 차별없이 저를 믿고 예뻐해주세요.”

하지만 결혼한지 1년여동안 그도 다른 이주여성들처럼 언어, 문화적 차이로 힘든 날이 많았다고 했다.

“중국은 남편이 가사일을 잘 도와주는데 한국 남자들은 양말 하나도 안 빨죠, 명절때 음식 장만하는 것도 장난이 아니죠, 그래서 결혼초에는 부부싸움도 좀 했어요. 이제는 말로든, 뭐든 제가 이겨요. (웃음)”

한국 아줌마의 파워(?)를 점점 실감한다는 그에게 최근에는 한가지 추가할 이력이 생겼다.

대전지역 다문화가족의 민원을 상담해주는 상담원이 된 것. 매주 화, 목요일마다 그는 대전시청 민원실에서 다문화가정들이 겪는 어려움과 고충을 상담해 주고 있다.

그는 “상담 창구가 생긴지 얼마 안돼 아직 많은 이야기를 듣지 못했지만, 제 손길이 필요한 분들이 있다면 언제든지 달려가 그들의 아픈 마음을 어루 만질 준비가 돼 있다”며 “이주 여성들이 한국에서 이름 석자를 당당히 알리면서 자신의 위치를 찾을 수 있도록 할수 있는 범위내에서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말했다.

원세연 기자 wsy780@daejonilbo.com

오정연 ohsurprise@daej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