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4강행 ‘다문화의 힘’

 구정은 기자 ttalgi21@kyunghyang.com

 

ㆍ이민자에 대표팀 개방뒤 전차군단 전력 일취월장
ㆍ총리 “사회통합의 롤모델” 포돌스키 등 ‘M세대 우상’

독일 베를린의 한적한 교외. 주택가 공터에서 공을 차는 소년들의 꿈은 한결같이 위르겐 클린스만, 로타어 마테우스 같은 축구선수가 되는 것이었다. 감히 ‘황제’ 프란츠 베켄바워를 꿈꾸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바뀌었다. 요사이 독일 소년들의 이상형은 루카스 포돌스키와 메주트 외칠이다.

독일이 2010 남아공월드컵 8강전에서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를 4 대 0으로 완파했다.

독일팀은 조직력과 큰 키를 앞세우던 이전의 전차군단에서 한 차원 진화된 전력을 보여줬다. 이런 진화를 가져온 것은 ‘유전자의 변화’였다. 외신들은 4일 ‘게르만 축구’를 버리고 ‘다문화 축구’로 변신한 독일 축구팀을 통해 사회 전반의 변화를 분석한 기사들을 실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외국계 선수들은 초청 노동자(Gastarbeiter)로 불렸다. 변화가 시작된 것은 99년 정부가 ‘독일인 부모에게서, 독일에서 태어난 사람만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는 규정을 없앤 것이었다. 그후 10여년이 흐르면서 독일 언론들이 ‘M(Multicultural) 세대’라 명명한 새로운 세대가 등장했다. 이번 월드컵 대표팀 23명 중 11명이 ‘M 세대’다. 미로슬라프 클로제와 포돌스키는 폴란드계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외칠은 터키, 제롬 보아텡은 가나, 카카우는 브라질, 자미 케디라는 튀니지계다.

이민자들은 이번 월드컵이 사회 전반의 관용과 다문화주의를 한층 끌어올려줄 것으로 기대한다. 레바논계 이민자 유세프 바살은 AP통신에 “이제야 독일 국기에서 슈바슈티카(나치 십자문양)가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베를린자유대학의 페터 발슈부르거 심리학 교수는 알자지라방송 인터뷰에서 “독일인들과 이민자들 사이의 정서적 교감이 크게 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익들의 반발도 없지 않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축구대표팀을 “사회 통합의 롤모델”이라 칭찬했으나, 메르켈이 이끄는 우파 기독민주당의 몇몇 의원들은 지난달 말 “이민자들에게 지능테스트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칠의 ‘독일인 여자친구’가 얼마 전 이슬람으로 개종하자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유럽국들 중엔 프랑스나 네덜란드처럼 대표팀을 이미 옛 식민지 출신 이민자 후손들로 바꾼 나라들이 적지 않다. 독일 M세대의 경우 옛식민지권이 아닌 최근의 이주노동자 가정 출신들이라는 점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다. 극우파들의 반발이 반이주노동자 감정과 연결되는 지점이다. AP는 “여전히 애국주의는 독일에서는 민감한 이슈”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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