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주 수교 50주년] ③ 다문화 정책..."동화 아닌 조화로 사회통합"

 

[앵커멘트]

우리나라와 호주 수교 50년을 맞아 양국 관계를 재조명해보는 시간입니다.

호주는 전체 인구의 1/4 이상이 이민자로 이뤄진 다문화 국가입니다.

기존 사회로 흡수하기보다는 각 이민사회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사회통합을 추구하는 호주의 이민정책은,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홍상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얼굴빛도, 인종도, 문화도 다른 이민자들이 함께 어우러집니다.

서로 다른 문화를 직접 체험하면서 낯설게만 느껴졌던 이방인은 곧 이웃이 됩니다.

[인터뷰:데드리 바크쉬, 호주 이민자]
"많은 사람들이 다른문화를 가진 원주민과 인디언들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노력하는 것은 말 그대로 하모니를 이루려고 하는 것이죠."

호주의 3대 방송사의 하나인 이곳은 지난 1975년 설립된 세계 최대 규모의 이민자 방송사입니다.

TV와 라디오 채널에서 68개 언어로 각국의 뉴스와 영화, 다큐멘터리를 방송하면서 다름의 벽을 허물어가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주양중, 호주 SBS 라디오 PD]
"오로지 나이프와 포크만 사용하면서 식사한다고 생각했는데 젓가락으로 먹는 분도 있고, 손가락으로 먹는 경우도 있고 서로 문화적인 존중, 차이를 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거죠."

2차대전 이후 구 소련을 포함한 유럽 출신의 이민자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호주는 1970년대 백호주의를 철폐하면서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로부터도 이민자들을 받아들였습니다.

호주에는 현재 200여 개 국가 출신의 이민자 600만 명이 살고 있습니다.

전체인구의 1/4이상이 이민자인 만큼 호주로서는 사회통합을 위한 정책개발이 큰 과제일 수 밖에 없습니다.

호주는 이에 따라 이민정책의 핵심을 기존사회로의 흡수가 아닌 조화에 두고 있습니다.

각각의 민족적, 문화적 배경에 대한 정체성을 지키면서 호주의 법과 제도를 통해 조화를 이루고 사회통합을 꾀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호주는 1975년에 인종차별금지법을 제정했고, 연방정부와 3개 주 정부에 설립돼 있는 다문화 연구소 등 관련기관들과 함께 이민자들의 사회통합을 돕고 있습니다.

지난달 새로 선출된 줄리아 길러드 신임총리는 이민자의 급격한 증가에 반대한다고 밝혀 이민 심사 기준이 강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기존의 이민자 정책에는 변함이 없을 전망입니다.

[인터뷰:하스 델랄, 호주 다문화재단 대표]
"호주는 다문화 국가입니다. 좋든 싫든 그게 현실입니다. 호주 다문화 정책의 장점은 이민자의 배경을 인정하는 동시에 시민으로서 사회에 기여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호주의 이민정책은 다문화가족 문제가 새로운 사회적 이슈로 대두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110만 명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고 결혼이민자도 12만 명에 이르는 등 이민자의 숫자가 앞으로 급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로리 퍼거슨, 다문화 정책 담당 의회비서관]
"만약 한국이 행동을 주저한다면 문제는 증가할 수 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이민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신속하게 만들고 세계 곳곳의 대사관을 활용해 정보를 수집해 정부가 움직이게 해야 합니다."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는 다양성 속에 적극적인 통합 노력으로 조화를 이뤄가는 호주의 모습은 우리나라의 다문화 정책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가늠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YTN 홍상희[san@ytn.co.k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