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 정착 돕기 위해 취업교육에 초점

다문화가족 위한 이동 치과진료소도 매달 운영

(서울=연합뉴스) 양태삼 기자 = "한국어를 배우니까 다른 나라 친구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라이나생명보험㈜(이하 라이나생명.대표 이영호)이 다문화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취업능력 향상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 6개월가량 된 지난 4월. 삐뚤 빼뚤 한 글씨로 쓴 편지 한 장이 서울 중구 남대문로 5가에 있는 이 회사에 도착했다.

발신인은 베트남 출신으로, 남편과 갈등이 심해 대구에 있는 한 이주여성 쉼터에 머물고 있는 여성(23). 그는 한국을 동경하고 한국이 좋아 지난 지난해 무작정 시집왔다.

하지만, 언어 장벽과 문화 차이로 가족 간의 불화가 잦았고 심지어 다시 베트남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으나 라이나생명의 '컬러풀 드림 아카데미(Colorful Dream Academy)'를 전해듣고 작년 9월 이 아카데미의 한국어능력시험 대비반을 수강했다.

이 프로그램은 사정이 어려운 그에게 한줄기 희망이 돼 한국에 잘 정착하고, 나아가 새 생활을 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라이나생명은 전했다.

"한국어를 잘한다는 사실을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학교를 많이 다니지 못했는데 공부를 할 수 있어 좋았고 다른 친구들을 도와주고 싶습니다. 이제 꿈이 생겼어요."

라이나생명은 다문화 가족과 결혼 이주여성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고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구시와 대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취업능력 향상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일자리를 얻어 경제적 자립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사회에 적응하고, 안착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판단, 작년 8월 여러 기관과 함께 이주여성들이 각종 자격을 얻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꾸렸다. 올해 8월 2기생을 뽑으면서 이 사업은 틀을 잡았다.

<작년 8월 라이나생명과 대구광역시가 다문화가족 협약을 체결할 당시 이영호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와 김범일 대구시장(오른쪽 두 번째)>

앞서 작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무료로 진행한 1기 교육은 제과·제빵 기능사 자격을 비롯해 한식조리 기능사, 간병사, 중국어 강사 양성교육 등 분야에서 모두 126명이 참여해 101명이 수료했다. 이 중 6명은 국가기술 자격증을 얻었으며 전문기술직에 13명이 취업했다.


올해 2기 사업에는 운전면허 취득반과 요식업 종사자 양성과정, 다문화 이해강사 양성과정, 중국어 강사 양성과정, 한식자격증반, 홈패션·한복제작 기술교육, 간병사 직업훈련 등 이주여성이 실제로 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짰다.

특히 운전면허 취득반의 경우 이주여성의 실생활에 필요하고, 면허증이 한국에서 정착할 수 있는지를 재는 관문이자 자존감을 크게 높여주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고 이 프로그램을 맡은 다문화가족 지원센터 관계자는 소개했다.

소문을 타고 올해 2기 수강생은 지난해 120명에서 약 두 배 가까이 늘어난 228명에 이를 정도로 프로그램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빵.제과 기능사반 학생들의 수강 모습>

지난 17일 대구시 서구 다문화가족센터에서 열린 2기 개강식은 이런 성과와 열기를 보여줬다.

1기 교육(제과제빵 기능사반)을 성공적으로 수료한 중국인 나월매(31세) 씨는 "나의 발전을 위해 공부하고, 무엇에 열중해서 노력하는 내 자신의 모습을 보면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하다"며 "이번 교육생들도 이런 행복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2000년대 들어 급증한 다문화 가정의 이주여성들이 언어소통의 어려움과 문화적 차이, 기술부족 탓에 한국사회 정착에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면서 "일회성 사업이 아닌 이주여성들이 생활하는 데 실제로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을 제공하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영호 라이나생명 대표는 "기업의 명성과 사회적 책임은 이제 기업의 중요한 자산이자 가치로 자리를 잡고 있다"며 "우리는 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 사회로부터 얻은 성공 일부를 지역사회에 환원하고자 적극적으로 사회 공헌활동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나생명은 다문화 가족을 위해 다양한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외국계 생명보험사로서는 최초로 한국시장에 진출했다는 점이 계기가 됐다는 게 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울러 여성가족부와 서울대학교 치과병원과 함께 다문화가족, 한부모가족, 조손가족 등의 치과 진료를 위해 이동 치과진료소를 매달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경기도 양주 및 수원과 서울 양천구, 경남 사천 등지를 방문해 진료 봉사를 진행했으며, 연말까지 전북 군산, 경북 구미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tsy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