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시간에 배운 나폴레옹과 조세핀이 보이죠. 그림 속을 잘 찾아보면 화가인 다비드 본인의 모습도 있답니다."
브르타뉴 지방에 위치한 생 조제프 중학교 4학년 스무명 남짓 학생들은 `교육 여행`을 통해 루브르 박물관을 찾았다. 다비드의 회화 `조세핀의 대관식`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아이들에게 미셸 호제 선생님은 회화 속에 담긴 역사 이야기를 들려준다. 연간 700만명 이상 방문하는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서 수업을 하는 선생님과 학생의 모습은 요즘 쉽게 찾을 수 있는 풍경이 됐다. 4월 1일부터 유럽연합거주 25세 이하 입장객에게 국립박물관 및 문화유적지를 무료로 개방한 정책 때문이다. 2002년 청소년에게만 허용되던 무료입장이 교사와 청년층에까지 확대된 이후 루브르 박물관은 하나의 거대한 교실로 변했다. 초등학교에서 대학생까지 다양한 학생들이 문학과 신화, 역사 수업을 세계 최고의 박물관에서 배우고 있었다. 문화예술작품을 접하기 어려웠던 소외계층도 마음껏 걸작들을 보고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정책을 통해 루브르 박물관을 비롯해 프랑스 국립박물관 50곳, 국립 기념물 100곳이 젊은 층에게 문호를 열었다. 크리스킨 알바넬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제도가 시행된 뒤 젊은 층의 박물관 방문이 15%나 늘었다"며 "누구나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정부가 배려해야 한다. 젊은 시절의 문화 감상 경험은 평생의 큰 재산이 된다"고 밝혔다.
박물관 무료개방 정책을 처음 실시한 나라는 영국이었다. 2001년 국립박물관과 미술관의 무료관람 정책이 시행된 이래 2008년까지 관람객이 124% 증가했다. 특히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런던 자연사 박물관은 2007ㆍ2008년 기준으로 127% 증가했을 정도다. 아이들을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끌어들이는 정책이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 최근 3년간 저소득층 방문객도 3% 증가했다. 한번 전시를 찾은 아이들은 지속적으로 이곳을 찾는다. 정책이 시행된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방문 관람객이 증가한다는 사실은 영국 아이들에게 예술에 대한 입맛이 생기고 있다는 증거다.
영국 문화부는 이 정책을 위한 예산으로 지난 10년간 무려 2억6000만파운드(약5000억원)를 투자했다. 영국 문화부의 박물관 정책담장자인 엠마 러셀 씨는 "이민자 계층, 사회적 취약 아동 등의 방문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베를린 = 윤상환 기자 / 카라카스ㆍ뉴욕 = 전지현 기자 / 파리ㆍ런던 = 김슬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