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마구치 히데코

“우리 사회 여러 구성원들의 소중한 사연을 듣고 전해주는 일을 하고 싶어요.”

일본 효고현 출신의 결혼 이주여성인 야마구치 히데코(사진)가 <한국문학예술> 여름호에 ‘내가 없는 풍경’ 등 3편의 한글 시를 추천받아 등단했다.

민병채·백영웅씨와 함께 ‘신인상’ 영예를 얻은 야마구치는 9일 “다문화 가정의 어머니로, 아내로 살아가면서 겪어야 했던 적잖은 애환을 담아봤다”며 겸손해했다.

심사위원인 김현숙 한국문학예술 편집이사는 “깊이 있는 눈으로 삶을 성찰하는 작가다. 습작을 오래했는지 대상의 형상화 솜씨가 상당하다”고 그를 평가했다. 박남권 발행인(한국문인협회 감사)도 “표현 능력이나 한국적인 기교, 은유가 훌륭하며 특히 외국인이면서도 한국인 같은 정서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선 소감에서 “한동안 수동적인 인생관 속에 살아왔으나 글을 쓰면서 내 주변에 있는 사람, 사물 등 모든 것이 소중한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들과 관계를 맺고 남을 위한 봉사의 의미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1988년 10월 입국해 홍석천씨와 결혼, 세 자녀를 둔 그는 서울 출입국관리사무소의 결혼이민자네트워크 회장을 맡아 “아름다운 다문화 세상을 만든다는 각오”로 틈만 나면 각계 인사들을 만나 결혼이주여성과 자녀의 복지증진과 인권 보호 등을 역설하는 등 열심히 발품을 팔고 있다.

‘효고댁’으로 불리며 한국에서 지낸 21년의 경험을 밑천 삼아 결혼이민자들의 ‘큰언니’로 불리는 야마구치는 “친목이 주가 아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모임”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