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마을'로 1985년 프랑스 학교가 오면서 형성

국내 체류 프랑스인 3천600여명 중 420명 거주

<서울 서초구 반포4동 서래로 프랑스학교에서 수업이 끝나자 귀갓길 학생들을 마중나온 학부모들로 학교 앞에 북적대고 있다. 용산구 한남동에 있던 프랑스학교가 지난 1985년 서초구 반포4동으로 이전하면서 프랑스인들도 덩달아 이곳으로 대거 이주해 '프랑스 마을'을 형성했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서래마을은 고즈넉하다. 고도가 엄격히 제한된 파리 시내의 풍경처럼 이곳의 건물들은 낮게 깔려 보는 이에게 편안한 느낌을 준다.

이 마을 건너편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 아파트가 '서울 강남'의 부유함을 상징하듯 30층 넘게 우뚝 솟아오른 것과는 큰 대조를 이룬다.

마을 앞 개울이 서리서리 굽이쳐 흐른다고 해서 '서래마을'로 불리는 이곳은 사평로를 x축, 반포로를 y축으로 하면 3사분면에 위치한다. 반포대교 남단에서 올 경우 이 두 도로가 교차하는 서울성모병원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보이는 서울팔래스호텔 뒤편에 있다.

이곳은 프랑스인들이 많이 살아 '프랑스 마을'로도 불린다. 용산구 한남동에 있던 프랑스학교가 1985년 서초구 반포4동으로 이전하면서 프랑스인들도 덩달아 이곳으로 대거 이주했다.

국내 체류 프랑스인이 3천600여명이고 그중 1천300명이 서울에 사는데, 서래마을에만 420명이 거주한다.

프랑스인들이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은 프랑스학교의 존재 때문만 아니다. 마을 주변의 녹지공간과 각종 편의시설이 이곳 삶의 질을 높여준다.

마을 남쪽으로 서리풀공원이 있고, 남서쪽엔 한국과 프랑스의 수교 120주년을 기념해 조성된 몽마르뜨 공원이 있다.


또 12시 방향의 반포 종합운동장을 시작으로 신세계백화점, 서울성모병원, 국립중앙도서관 등이 마을을 시계방향으로 감싸고 있다.

이곳의 중심가는 사평로 입구에서 방배중학교로 이어지는 540ｍ 길이의 서래로다. 서초구가 지난해 50억원을 들여 전봇대를 지중화하고 간판을 돌출형 간판으로 교체해 깔끔한 정취가 난다.

이 거리 가운데 즘에 외국인들을 위한 '동사무소'인 서래글로벌빌리지센터가 있다. 2008년 개관한 이 센터는 프랑스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에게 한국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

지난해 센터장으로 취임한 프랑스인 마리피에르 알리홀(39) 씨는 "서래마을은 프랑스와 비슷하게 빌라가 많고 공원이 있어 대도시와 같지 않은 작은 마을 같은 느낌이 든다"며 프랑스인이 이곳을 선호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서래로를 따라 방배중학교 쪽으로 거의 다 올라오면 프랑스학교가 나온다. 이 학교는 외무부 산하로 프랑스 현지 교육과정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돼 9월에 새학년이 시작돼 이듬해 6월에 끝난다.

프랑스 하면 흔히 와인을 떠올리지만, 서래로에선 '비니위니'와 '텐투텐' 말고는 와인바나 와인매장을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뚜르드뱅', '맘마키키', '피노', '와인테라스', '비노애' 등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곳은 중심가 이면 또는 서래마을 곳곳에 흩어져 있어 발품을 좀 팔아야 한다.

정통 프랑스 요리를 선보이는 곳도 서래로엔 많지가 않다. '라 트루바이'가 프랑스의 맛을 체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지만, 이곳의 이름난 음식점은 대개 이탈리아식이다.

아울러 한정식집인 '서래본가', 스테이크를 파는 '춘자', 아시안 음식을 파는 '오리엔탈 스푼' 등이 서래로에 자리 잡고 있어 이 거리 음식점의 면면만을 보면 '프랑스적'이라기보다는 '글로벌'하다라고 할 수 있다.

커피를 맛보기엔 좋다. '카페베네', '스타벅스', '탐앤탐스'와 같은 대중적인 커피전문점이 있고, 보다 색다른 분위기를 원한다면 '시실리', '카페 몽마르뜨', '아프레 미디', '고메드커피', '압구정 볶는 커피'를 가면 된다.

<몽마르뜨 공원에서 바라본 서래마을 풍경. 저층의 고급빌라가 이곳에 밀집해 있다.>


서래마을은 프랑스인들과 현지 한국인과 교류행사가 활발히 이뤄진다.

대표적인 것이 매해 6월21일 몽마르뜨 공원에서 열리는 '반포서래 한.불 음악축제'다. 2008년부터 열리는 이 축제는 프랑스학교와 반포 4동 주민들이 함께 준비한다.

한.불 음악축제는 프랑스에서 1982년부터 6월21일에 전 국민이 장르의 구분없이 어디서나 악기를 연주하거나 음악을 듣는 '음악축제(fete de la musique)'에서 따왔다.

행사 당일 국내 대학 불문과 음악동아리가 길거리 공연을 벌이고, 프랑스학교에서 몽마르뜨 공원까지 퍼레이드가 열려 축제를 흥을 돋운다. 주행사장인 몽마르뜨 공원에선 샹송경연대회를 비롯해 유명 연예인과 프랑스인들의 공연이 펼쳐진다.

오후 3시에서 10시까지 이어지는 이 축제에 지역 주민을 포함해 3천~4천명이 참여해 동 단위 행사치곤 제법 규모가 큰 편이다.

매년 12월 둘째 주 토요일엔 재외프랑스인협회(ADFE) 주관, 반포 4동 주민센터 후원으로 '크리스마스 프랑스 전통 장터'가 열린다.

프랑스인들이 가정에서 직접 만든 치즈와 훈제 연어, 거위간 요리, 포도주 등 정통 프랑스 요리를 판매하고, 그 수익금을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기탁한다. 올해는 다음 달 4일 은행나무 공원에서 개최된다.

마리피에르 알리홀 서래글로벌빌리지센터장은 "서래마을은 프랑스 사람이 많이 살고 있어 유명해졌지만 프랑스학교 빼고는 프랑스적인 것 많지 않다"며 "서래마을 하면 한국에서 프랑스를 상징할 수 있도록 보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명환 반포4동 동장은 "주민들의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도 거리를 프랑스 특화거리로 꾸며 음악과 공연, 문화가 넘치는 동네로 가꿔졌으면 바람"이라고 말했다.

<서초구가 반포동 서래마을을 찾은 내국인들에게 지역을 소개하고 특색 있는 음식점을 안내하기 위해 지난 2008년 제작한 '서래마을 먹거리여행 길잡이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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