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민을 통해 이뤄진 국내 다문화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현재 여성가족부와 농림수산식품부 등 8개 정부부처가 총 30개 세부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관련예산은 2008년 317억원에서 올해 629억원, 내년에는 887억원으로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사업의 편중현상이 심하고 중복되는 반면 일부 사업은 필요성이 절실하지만 거의 운영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중앙정부가 중심이 돼 도시를 위주로 정책을 펼치고 있어 다문화가족 지원사업의 균형화와 체계화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국회 예산정책처(처장 신해룡)가 최근 펴낸 ‘다문화가족 지원사업 문제점과 개선과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다문화가족 지원사업과 관련한 정부 8개부처의 내년도 총예산은 887억원으로, 올해보다 41% 늘었다. 또 16개 시·도의 관련예산은 2008년 60억원에서 내년에는 108억원으로 확대됐고, 16개 시·도교육청 예산 역시 같은 기간 동안 46억원에서 167억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결혼이민자를 위한 일자리 창출사업’과 ‘다문화가족 자녀교육’ 등 일부 사업은 부처별로 중복돼 시행하고 있으면서, 결혼이민자의 배우자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은 크게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정책수립과 집행에 있어서 지방자치단체에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중앙정부에서 일괄적으로 정책을 수립해 지역사회로 내려 보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과 일본·캐나다처럼 중앙정부는 다문화정책의 방향성만을 제시하고, 각종 사업은 지역별 특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6개 권역별로 지정돼 있는 거점센터를 행정체계와 부합되도록 16개 시·도에 한개씩 설치할 것을 권고했다. 그래야만 지자체와의 매칭사업이 가능하고, 보조금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수도권 중심으로 설치되는 지원센터를 전국 단위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결혼이민자에 대해 한국어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도 요구했다. 현재 ‘다문화가족지원법’에는 한국어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결혼이민자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한국어 교육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있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다문화가족 지원예산이 매년 급증하고 있지만 사업의 중복성과 지원센터의 도시 집중화, 상담인력 부족 등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며 “정부 정책을 체계화하고 지역별 맞춤정책이 펼쳐질 수 있도록 지자체에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영채 기자 karisma@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