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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필리핀에는 '아바카가 아무리 질기다 하더라도 한 가닥은 쉽게 끊어진다'라는 속담이 있다.
아바카는 '마닐라 삼'이라 불리는 바나나 과에 속하는 식물로, 여기서 뽑아낸 실은 유연하면서도 내구성이 강해 필리핀에선 선박의 닻을 고정하는 밧줄 재료로 쓰인다.
즉, 이 속담은 아바카에서 뽑아낸 실이 아무리 질기더라도 한 올 한 올 분리돼 있다면 큰 힘을 못 쓴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혹은 '외손뼉이 못 울고, 한 다리로 가지 못한다'란 속담과 비슷하다.
우즈베키스탄엔 이동수단으로 자주 쓰이는 당나귀를 소재로 한 속담이 많은데, 그 중 '당나귀보다 고삐가 더 비싸다'란 게 있다. 우리 식으로 보자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뜻.
샤머니즘 전통이 강한 몽골엔 '모르는 부처님보다 아는 마귀가 낫다'는 속담이 있다. '먼 사촌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의미.
속담은 이처럼 그 나라의 풍습과 정서가 담겨 있어 한 나라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출발점이 된다. 또 그 표현 방식은 다양해도 의미는 대동소이해 모든 인류가 비슷한 가치를 지향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이하 유네스코 아태교육원)이 11일 문화다양성 선언 10주년을 맞아 초ㆍ중학생을 위한 '유네스코와 함께 떠나는 다문화속담 여행'을 펴낸 것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다.
우즈베키스탄, 인도, 태국, 베트남, 필리핀, 중국, 몽골, 일본 등 8개 국가의 속담을 소개하면서 그 속에 나타난 음식, 옷, 집, 기후, 동ㆍ식물, 풍속 등 문화를 함께 다뤘다.
정확한 정보와 균형 잡힌 관점을 전달하고자 인도 편은 30년간 우리나라에 체류하고 있는 알록 로이 부산외대 인도어학과 교수에게 맡겼다.
또 중국 출신 최금단 대진대 교양교직부 교수가 중국 편을 집필했으며, 나머지 6개국의 내용은 한국 주재 각국 대사관의 공식 감수를 받았다.
유네스코 아태교육원은 이 책을 전국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교육과학기술부가 지정한 다문화 거점학교, 연구학교, 전국 시도 교육청의 도서관에 보급하는 한편, 이 책과 관련한 교사 지도서를 만들어 아태교육원 홈페이지에서 무상으로 내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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