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동포 단체 이끌며 다양한 봉사활동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조국에서 오른손을 잃었지만 베푸는 마음을 얻었다.' 중국동포 한마음협회 이림빈 회장(40)의 지난 한국생활은 이렇게 축약된다.

그는 1997년에 첫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돈을 벌기 위해서다. 중국 지린(吉林)성 둔화(敦化)시 소학교 교사였던 그는 간호사인 아내와 그럭저럭 살았는데, 첫 아이가 태어나자 살림이 어려워졌다.

한국에 친척이 없었던 탓에 그는 빚을 내 1천만원을 브로커에게 주고 한국에 들어와 안산시의 한 공장에 취직했다. 하지만 그의 '코리안 드림'은 3일 만에 산산조각이 났다. 그만 그곳의 프레스기계에 오른손 손목까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던 것.

그는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고, 한국을 많이 원망했다"며 당시 심정을 회고했다.

그가 다녔던 공장의 사장은 '나 몰라라'했고, 그는 혼자였다. 한달간 병원에 있다가 퇴원한 뒤 지인의 단칸방에서 더부살이했다.

다행히 '외국인노동자의 집'(현 지구촌사랑나눔) 김해성 목사의 도움으로 산업재해로 처리됐고, 입국 4개월 만에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교사 일을 할 수 없었지만 다니던 학교에서 문서관리 일을 하면서 3년간 살았다. 하지만 절단된 손이 계속 아팠고, 병원에서 신경종양 진단을 받았다.

그래서 치료차 2000년 다시 한국에 오게 됐다.

이번에도 김해성 목사의 도움으로 한국에서 산재 치료를 받으면서 그는 이곳이 새롭게 보였다. 그는 "몸이 회복되고,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으면서 한국도 살기 좋은 나라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코리안 드림'을 다시 꿈꿨다. 하지만 오른손이 없는 그에게 일자리를 주는 사람이 없었다. 노숙하기도 하고 쉼터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금천구 독산동의 한 중국음식점을 인수하게 됐다. 탁자 4개에 열평이 채 안 되는 조그마한 곳이었다.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 1천만원을 만들었고, 나머지 500만원은 벌어서 갚기로 했다.

주방장과 둘이서 가게를 꾸려 하루에 네다섯 시간 자면서 밤낮없이 일했다. 차비를 아끼려고 인근 우시장을 걸어 다니며 음식재료를 사오기도 했다. 열심히 일한 덕분에 음식점 인수 일년 만에 30평짜리로 넓힐 수 있었다.

이후 2007년 영등포구 대림동으로 옮겨 지금의 '신강 양꼬치집'을 시작했다. 2년 후에 인근에 샤부샤부 집을 또 냈다.

음식점이 자리를 잡으면서 그는 주변을 돌아보게 됐다. 2006년 중국동포 6~7명과 함께 '한마음축구단'을 만들었다. 중국동포들끼리 스포츠를 통해 고달픈 생활을 달래보자는 취지에서였다.

당시 중국동포들을 위한 여가모임이 없었던 탓에 사람들이 많이 몰렸고, 한마음 축구단은 커져갔다.

인원이 불면서 중국동포 사이에 '축구만 할 게 아니라 우리도 봉사하는 게 어떻겠냐'고 의견이 모아졌고, 그래서 2007년 태안 기름유출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한 것을 계기로 '한마음 봉사단'이 발족했다.

봉사단은 현재 일산 해븐리병원과 군포 엘림요양원에서 정기적으로 봉사하고 있고, 불우이웃돕기 바자회, 일일찻집, 무료급식 등 다양한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2008년엔 '한마음 협회'가 정식으로 설립됐고, 산하에 축구단과 봉사단뿐 아니라 배구단, 산악회, 서예학회 등이 새롭게 생겨났다. 그는 초대 회장에 이어 얼마 전 2대 회장으로 재선임됐다.

이 회장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김해성 목사를 보면서 세상 사는 게 서로 돕고 사는 것이란 걸 깨닫게 됐다"며 "남을 돕다보면 마음이 뿌듯해지고, 봉사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을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말 귀화를 신청했다. 한국에서 계속 살 계획이고, 두 딸이 걱정돼서다. 한국 생활 십년이 돼 가면서 두 딸이 중국말을 잊고 한국인과 다름 없이 말하고 생각하지만 중국동포에 대한 차별이 여전해서다.

그는 "사회시간에 당나라의 고구려 침략 역사를 배우는데, 선생님 말씀이 끝나니 반 아이들 시선이 딸에게 쏠렸다고 한다"며 "그 중 한 아이가 딸에게 '때려 부수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고려인, 새터민, 조선족, 다문화 가정 등 이런 구별 짓는 명칭 자체가 차별적"이라며 "그냥 모두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표현했으면 좋겠다"며 차별적 인식이 없어지길 바라는 소망을 드러냈다.

그는 "한국사회는 중국동포를 재외동포로 인정하고 그에 맞는 대우를 해주길 바란다"며 "더불어 가는 사회이니 서로서로 베풀며 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중국동포 한마음협회 이림빈 회장>

pseudoj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