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어린이날 행사에서 다문화가족 자녀들이 희망을 담은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다문화가족 자녀를 위한 교육 지원이 대부분 일회성 행사에 그치고 있어 장기적인 프로그램 마련이 요구된다.

다문화가족 자녀들이 일회성 초청행사에 ‘동원’ 되다시피 하며 상처받고 있다. 비슷비슷한 행사에 초청받은 아이들은 피부색이 눈에 띄는 순서대로 서서 단체·기관장, 기업인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기념품을 하나씩 받아 집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다문화가족에 대한 제대로 된 통계나 실태조사가 지지부진하고 장기적인 안목의 교육 프로그램 개발도 미흡한 탓이다.

일회성 관심 손엔 달랑 기념품
집으로 오는길 정체성만 혼란

다문화가족 자녀 40여명이 다니는 경기 안산시 한 초등학교는 매달 5~6건씩 초청행사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그러나 학교장과 담임교사는 이에 대부분 응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싫어하기 때문이다. 

담임교사는 “대부분이 일회성, 베푸는 식의 행사여서 한두번 다녀온 아이들은 부모들이 나서서 먼저 반대한다”며 “체형과 외모가 다르지 않은 학생이 더 많은데도 피부색이 검은 아이들을 맨 앞에 세워 사진을 찍고 언론에 크게 보도되는 일이 다반사”라고 했다. 

이 학교의 다문화가족 자녀는 대부분 4~5학년으로 고학년이다. 생각이 깊어질 나이인 학생들은 수년간 이러한 행사를 많이 겪었다. 한 학생은 “기념사진 찍고 무대 앞에 앉아 사회자가 진행하는 행사를 보다가 집에 갈 때 기념품을 받아 돌아오는 게 전부”라며 “사진에 찍혀 얼굴이 알려지는 것도 싫고 해서 이제는 안 다닌다”고 말했다.

담임교사는 “현장에서 보면 장기적인 안목에서 지원이 이뤄져야 하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고 한국어에 서툰 부모에 대한 지원도 미흡하다”며 “다문화가족 분포가 시·도별로 엄연히 다른데도 정부와 지자체는 균등하게 예산을 지원해 균등한 성과를 바라니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다문화가족에 대한 지원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한 때는 2006년. 이들에 대한 실태파악조차 안됐던 당시에는 다문화가족 자녀들을 데리고 민속촌이나 놀이공원을 가는 게 지원의 전부였다.  

조인제 경기도 다문화교육센터 기획팀장은 “다문화가족이 이슈가 되다보니 뭔가는 해야 하는데 연구나 조사결과가 없으니 정부나 단체, 기업들로서도 사회적으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행사 위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도 거의 변화가 없는 실정이어서 지원방식의 전환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에 다문화가족 행사가 많이 나오다보니 지원이 많은 것처럼 비쳐지지만 실제로는 초창기 때와 변화가 없거나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질적인 지원이 줄어들다보니 언론을 통해 홍보효과를 크게 볼 수 있는 행사 위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 부처별로 이뤄지고 있는 실태조사나 연구의 방향 변화도 요구된다. 다문화가족의 범위가 결혼이주여성에 머물지 않고 탈북자, 국제결혼, 외국인근로자, 중도입국 자녀(국제결혼한 여성이 현지에서 낳은 자녀를 데리고 들어오는 경우) 등으로 넓어지면서 이들을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연구와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조 팀장은 “사회 구성원들이 다문화사회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는 한 아무리 다문화가족을 지원해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단일민족 교육을 받고 자란 우리들이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다문화가족 교육의 범위를 사회 구성원 전체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정부와 지자체, 학계는 다문화가족에 대한 정확한 실태파악과 조사를 하고, 기업이나 사회단체는 이를 바탕으로 일회성 행사에 머물지 않는 장기적이고 꾸준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룸 = 이진욱 기자 jin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