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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우리 사회에 다문화란 용어가 범람하면서도 정작 다문화와 다문화주의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없는 현재 상황을 비판하며 '한국적 다문화주의'를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과 국회 다문화가족정책연구포럼은 3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적 다문화주의, 새로운 패러다임 모색'을 주제로 한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 '유네스코 문화다양성과 교육에의 함의'에 대해 발표한 유네스코 평생학습연구소 캐롤린 메델 아노누에보 부소장은 문화권(文化權)이 인권의 핵심적 요소라고 주장했다.
메델 아노누에보 부소장은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선언에 나오듯, 문화다양성의 보호는 인간존엄성의 존중으로부터 분리할 수 없는 윤리적 책임"이라며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은 특히 소수민족이나 토착민들의 권리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단계의 학교가 문화다양성 학습의 장이 돼야 한다며 정체성과 문화의 다양성이 지니는 풍요로움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의 함양에 필요한 학습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한경구 교수는 '다문화주의를 넘어서, 국제이해교육'이란 주제 발표에서 한국인의 자민족중심주의적 태도와 의식을 지양하기 위해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국제이해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문화주의가 가진 문제점이나 한계에 대한 고민이나 성찰이 부족한 상황에서 다문화주의가 마치 정치적으로 옳은 것이며 선진적인 것이며 진보적인 것처럼 간주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 교수는 "현재의 다문화 담론은 보편적 가치나 인권보다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기반으로 강력한 국제경쟁력을 획득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 상황이 악화되거나 국내 빈곤 계층과의 형평 문제, 재정 부담, 사회적 부담이 문제시될 땐 반발과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에 따라 결혼이주여성과 그 자녀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쳐서 한국 사회에 통합시키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한국인의 차별적인 의식과 태도를 변화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무리 다문화가정 구성원들에게 한국사회에 대한 적응 교육을 열심히 한다고 하더라도 국민 대다수가 편견과 자민족중심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인권, 문화간 이해 등 국제이해교육을 통해 이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윤인진 교수는 '한국적 다문화주의의 전개와 과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사회의 특수한 상황에 대한 진지한 고려 없이 서구의 다문화주의 이론을 수용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에 동조했다.
그는 "아직까지 한국의 다문화주의는 인구학적 특성변화를 국민 의식과 정책 및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걸음마 단계에 있다"며 "다문화 열풍이라고 불릴 만큼 다문화에 대한 한국사회의 갑작스러운 관심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대한 우려뿐 아니라 그 편향성 때문에도 자기성찰과 자정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인 주민이 전체 인구의 2.3%에 불과하고 정주 외국인은 그보다 훨씬 낮은 비율이어서 한국사회를 다문화사회라고 부르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하면서도 외국인 수가 계속 증가해 인종적ㆍ민족적 다양성도 증대할 것이기에 다문화사회로 이행하고 있는 점은 인정했다.
그는 "한국사회는 인종, 민족, 문화 등의 면에서 다양성이 증대될 것이고, 이런 다양성을 어떻게 관리해서 국가로서 통합을 유지하느냐가 중대한 국가과제로 부상할 것"이라며 '어떤 이민자를 받아들일 것인가', '어떻게 이들을 사회에 통합할 것인가', '어떤 다문화주의를 실현할 것인가'가 주요 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윤 교수는 이에 따라 다문화주의에 대한 온정적이고 순진한 태도에서 벗어나 ▲다문화적 소수집단에 대한 차별과 배제 철폐를 위한 법ㆍ제도의 개선 ▲소수집단의 문화권과 사회권의 보장 ▲미등록 외국인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해결방안 모색 ▲내국인 대상 다문화적 가치관과 생활양식 교육 ▲주류집단과 비주류집단 간의 사회연대와 공존의 새 논리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pseudojm@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