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다문화사회 불만 품은 극단주의가 대참사 불렀다

 

노르웨이 연쇄 테러를 계기로 유럽에서 다문화주의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테러 용의자 브레이빅(32)이 범행 전 인터넷에 올린 장문의 성명에서 이슬람 이민자들의 대량 유입과 다문화주의가 유럽을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관용과 조화를 중시하는 유럽의 다문화주의가 결국 테러라는 극단적 방법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경제성장 둔화 따른 복지 혜택 감소
실업난 심화 속 이민자 계속 증가
극우파 득세 용인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


다문화주의란 급속히 진행된 세계화에 따라 개별 민족국가들이 갖고 있던 기존 문화에 이주·난민 등으로 유입된 다른 민족들의 다양한 문화를 인정하고 교류, 포용하는 것을 뜻한다.

미 abc방송 인터넷판과 AFP는 24일 테러 용의자 브레이빅이 이번 사건 며칠 전 1천500쪽에 달하는 성명과 그 내용을 요약한 12분 분량의 동영상을 인터넷에 게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2083: 유럽 독립선언서'라는 제목의 이 성명에는 다문화주의와 무슬림 이민자 급증으로 인한 '유럽형 내전'을 시기별로 세 단계(1단계:1999~2030년, 2단계:2030~2070년, 3단계:2070~2083년)로 나눠 분석한 내용이 등장한다.

분석에 따르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이 세르비아에 대한 군사작전을 단행한 1999년을 기점으로 1단계와 2단계까지 유럽 각국의 무슬림 인구가 최고 40%까지 증가한다. 이후 3단계인 2070년~2083년에는 무슬림 인구 비율이 최고 50%로 급증하면서 이슬람에 대한 범유럽 쿠데타가 발생, 정치적으로 '문화적 보수주의'가 정착되고 무슬림에 대한 추방이 시작된다. 특히 현 시점인 1단계에는 비밀점조직에 의한 군사적 기습공격이 발생하고 보수세력이 강화된다는 분석도 나와 있어 이번 사건과의 연관성이 주목된다.

이번 사건의 배경이 된 유럽식 다문화주의는 유럽연합(EU)의 확대·심화와 세계화로 인해 이민자가 늘면서 가속됐다. 그러나 공교롭게 유럽 경제의 성장이 둔화하면서 실업자가 늘고 주택난이 심화됐으나 재정적자로 복지 부문 지출이 감축되며 상황이 달라졌다.

"가난한 나라에서 온 이주민들이 노력은 안 하고 빈둥빈둥 놀면서 자신들의 일자리와 복지를 빼앗아 가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해진 것이다.

특히 이슬람권 이민자들의 문화와 종교를 이질적으로 여기고 있었으나 묵과하고 있던 기독교 전통의 유럽 백인들에게 9·11테러는 이슬람에 대한 공포와 혐오감을 심어 줬다.최근 스위스에서 이슬람 사원건축 불허 주민투표가 통과되고 이슬람 여성들의 부르카 착용이 법으로 금지되는 등의 일은 유럽이 점차 바뀌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유럽의 많은 지식인들은 이를 '정신이 이상한 젊은이의 돌연변이적 행동'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끔찍한 '세포의 돌연변이', 즉 '사회적 암'이 자라날 수 있었던 데는 극우파의 득세와 이를 용인 또는 지지하는 정치·사회적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한 치안 강화와 대테러 대책 만으론 또다른 비극들을 막을 수 없는 만큼 문화주의 논쟁을 생산적으로 진행하고, 이슬람권 이민자 문제를 포함해 유럽 사회의 내부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들을 마련해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찬주 기자 chanp@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