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비극부른 '외국인 혐오증'...우리는 괜찮나?
노르웨이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참극이 반(反)다문화주의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우리나라도 제노포비아, 이른바 이방인 혐오증을 가진 사람들에 의한 테러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 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국내 인구의 2.7%인 139만명이고 이 가운데 합법체류자는 122만명, 불법 체류자는 16만여 명에 달한다. 국내 임금 근로자의 4%인 60만명이 외국인 노동자이고 다문화 가정도 18만 2000가구에 이른다.
국내에서 외국인들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이들에 대해 반감을 가진 사람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현재 인터넷에는 반다문화주의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사이트가 10여개 개설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온라인에서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는 일부 격한 표현 등을 들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반감과 갈등이 점차 노골화 될 것이라는 예상까지 제기한다.
그러나 각계 전문가들은 '이슬람권 국가 출신들의 증가 등으로 인해 우리 사회의 잠재적 테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등의 확대 해석과 대응을 경계해야 한다고 선을 긋고 있다.
여성가족부 김중렬 다문화정책과장은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다문화를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번 노르웨이 사건을 한국 상황에 바로 적용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경찰 한 관계자도 “검거율에 의존하는 식의 통계만으로 외국인들의 범죄율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범죄율보다 무조건 높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위협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테러 가능성에 대해서도 "일부 위험 대상과 지역을 선정하고 화공약품소 등의 현황과 취업여부를 지속적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총기 관리 등의 활동을 통해 치안 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안심할 것을 당부했다.
국민들도 점차 순혈주의에서 벗어나 다문화주의를 받아들이고 있는 추세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10월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한국사회에서 다문화 가족이 증가하는 추세에는 79.5%가 긍정적이라고 답했고, 여전히 차별적이어서 국가브랜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질문에도 70% 이상이 동의했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시민들의 외국인에 대한 인식은 각각 '차별하지 말고 품어야 할 대상'과 '거부감이 드는 존재'로 엇갈리고 있다.
서울 금천구 박나래 씨(21)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 같은 나라에 살게 된 사람들에게 편견을 가지면 안 되는 품고 돌봐야 할 가족들”이라고 말했다.
반면 영등포구에 사는 진 모 씨(54)는 “(외국인들은) 지하철에서 다리를 뻗고 타는 등 예의가 없어 거부감이 든다”고 했고, 양천구에 사는 강해영(41)씨는 “단일민족의 우수성을 희석할 수 있는 외국인들의 유입을 부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문화 찬반론자 모두 이들에 대한 인식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다문화 사업의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뜻을 모은다.
한국다문화센터 이현정 소장은 "이대로 가다간 외국인과 내국인들 사이의 갈등이 분명히 일어날 것"이라며 "정부는 무조건적인 시혜 정책과 부처별 정책을 중단하고 통합사회기구 등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다문화카페 운영자 다문화바로보기실천연대의 운영자‘진짜보수(닉네임)’ 강정훈씨는 “다문화 가정에는 영유아 보육료를 100% 지원하면서 동일한 상황의 내국인 서민층에는 전혀 지원이 없는 형평성과 역차별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반다문화를 외치는 이들은 외국인 노동자 쿼터제 도입, 사실상 매매혼인 국제결혼의 비권장, 고급인력 위주의 유입 등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 김 과장은 "지금까지의 정책이 외국인들의 '적응'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다문화 가정 6살 이하 자녀들의 학교 부적응이나 군대 문제, 가족 해체 등 중장기적 정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 하반기부터 실시하고 있는 한국사회다문화수용성 조사를 매년 정례적으로 실시해 통계를 만들고
교육프로그램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