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시대 교육, 갈길이 멀다·3]끝 전문가 진단
제도권 배움터로… '多가치' 실현

▲ 지난 2009년에 중국에서 한국에 들어와 최근 한달전부터 서구의 한 공장에서 일을 시작한 신차이군이 2일 오전 제품 출하검사를 하고 있다. /임순석기자

다문화가정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교육'이다. 다문화가정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학령기 다문화가정 자녀 상당수가 어려운 가정 형편과 한국어 능력 부족 등으로 제도권 교육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다문화가정 관련 교수와 단체 관계자들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공교육으로 안내하는 시스템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어 교육이나 공교육 진입을 위한 안내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중도입국 자녀들이 입국 후 수개월을 집에서 보낸다는 설명이다. 또한 전국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한국어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외에 다문화가정의 정착을 위한 지원제도는 전무하다고 강조했다. '진정한 다문화사회'를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돌봄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남동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이하 다문화센터)는 올해 초부터 중도입국 자녀들을 위한 '새날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초기 6명이던 학생이 6개월여 만에 30여명으로 늘었다.

김기범 다문화센터 소장은 "학생들과 상담을 해 보면 출입국관리사무소나 구청에서 소개를 받고 온 경우는 없다"며 "지인들을 통해서 알고 스스로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들은 수개월을 집에서만 생활하다 이 곳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시간에도 정보가 없어 교육을 못 받는 아이들이 많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사)이주민사회통합지원센터 서광석 소장은 "중도입국 자녀의 경우, 출입국 관리사무소가 다문화센터 등에 대해 간단히 안내하고 있지만, 내용이 부실하고 형식적이라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구청과 교육청,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연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따로 '분리'해 교육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학교 교육도 중요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이들의 적응을 도울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인천시교육청은 다문화공립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서 소장은 "다문화공립학교는 '일반학교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로 설정돼야 한다"며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전문교육기관으로 운영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장기적으로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일반학교로 가지 못하게 되면 이들의 한국 적응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운기자

※ 교사가 본 교육해법은?

다문화 학부모·친구들 인식개선이 '정답'

학교 현장에서 다문화가정 자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인천지역 다문화교육 거점학교 담당자(교사)들에게 물어봤다.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은 다문화가정 학부모와 일반 학생들의 인식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부모와 동급생이라는 얘기다.

신촌초 양승분 교사는 "다문화가정 부모는 자녀가 다문화가정 아이라는 것을 드러내기 싫어한다"며 "학교에 좋은 프로그램이 많은데, 부모들이 보내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또 "부모가 불법 체류자인 경우, 자녀를 아예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며 "부모들이 불합리한 일(추방)을 당할까봐 걱정한다"고 했다.

약산초 오영아 교사는 "부모의 반대로 아이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했다. 화전초 윤미 교사는 "어머니들의 양육 태도가 우리나라와 다르다"면서 "'아이가 체육대회후 피곤해한다'며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은 일도 있었다"고 했다. 갈산중 최정임 교사는 "아이는 마음을 여는 경우가 있는데, 부모들이 꺼려한다"며 "이 때문에 학생들의 프로그램 참여율이 낮은 편이다"고 했다. 강화초 김주옥 교사는 "(문화적 차이 등 때문에) 어머니와 교사가 소통하는데 애로사항이 있다"며 "여기서 모든 문제가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부평동초 병설유치원 최연옥 교사는 "아이는 한국말을 매우 잘하는데, 부모들이 서툰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유치원생과 중등학생보다는 초등학생이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어 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 자녀의 학교생활에 영향을 준다.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 문제는 학교 혼자서 풀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기타 의견으로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교사 연수 강화 ▲다문화교육 거점학교 통학 차량(도우미) 지원 ▲지역사회의 멘토링·봉사활동 활성화 ▲이중언어 강사 지원 확대 ▲교육복지 예산 물품·현금 지급 허용 등이 나왔다. 인천시교육청이나 지자체의 예산 지원이 부족하다는 의견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목동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