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드 총리 "호주는 인종차별국가 아니다"
(시드니=연합뉴스) 이경욱 특파원 = 인도 출신 호주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쇄 집단폭행사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인도 출신 호주 유학생 등 2천여명은 지난달 31일부터 1일 새벽까지 멜버른시내 곳곳에서 최근 발생한 인도 유학생 연쇄 집단폭행사건과 관련, 대규모 항의시위를 펼쳤다고 언론들이 일제히 전했다.
호주인도학생연맹(FISA)이 주최한 이날 시위는 집단폭행을 당해 중태에 빠진 인도 출신 유학생 스라반 쿠마르 티어탈라가 입원해 있는 멜버른 파크빌의 로열멜버른병원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병원에서 집회를 마친 뒤 멜버른시내 주요 도로를 따라 행진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들은 멜버른 도심 스완슨 및 플린더스거리에서는 연좌시위에 나섰고 이어 밤늦은 시간에는 멜버른 중심가 교차로를 한때 점거하기도 했다.
이들은 경찰이 강제해산이 나서자 이날 새벽 시위를 마쳤다. 경찰은 이들 가운데 18명을 검거해 조사중이다.
이들은 앞으로도 계속 시위에 나설 것이라고 말해 이번 시위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말 4명의 인도 유학생이 멜버른에서 인종차별적 동기에서 비롯된 집단폭행을 당했으며 이들 가운데 티어탈라가 중태에 빠졌다.
또 지난달초에는 21세의 인도 유학생 수라바 샤르마가 멜버른의 한 기차에서 갱단으로부터 집단폭행당했다.
지난해에는 택시운전사로 일하는 인도 유학생들이 역시 집단폭행을 당해 중상을 입는 등 최근들어 인도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집단폭행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한해 인도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폭행사례가 70건을 넘는다는 통계마저 나오고 있다.
호주 정부는 인도 출신 호주 유학생 집단폭행 사태가 확산조짐을 보이자 잔뜩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다.
총리와 외교통상부장관이 나서 인도 및 호주에서의 반(反)호주 정서를 누그러 뜨리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케빈 러드 호주 총리는 "호주는 인종차별주의 국가가 아니다"며 "인도 유학생들을 폭행하는 것은 양국 관계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러드 총리는 "호주 전체 주와 준주가 협력해 폭행을 휘두른 사람들을 모두 사법처리할 것"이라며 "호주는 다문화사회를 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티븐 스미스 호주 연방정부 외교통상부장관도 소마나할리 말라이아 크리시나 인도 외무부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폭행을 가한 범인들을 모두 사법처리할 것"이라며 "인도 출신 유학생 뿐만아니라 각국 유학생들에 대해서도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며 여론 악화를 잠재우기 위해 부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호주 야당은 "인도 유학생에 대한 연쇄 집단폭행은 정말로 치욕스럽고도 비(非)호주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도 정부는 "호주 정부가 인도 출신 호주 유학생들에 대한 안전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수익성 높은 인도 유학생 교육시장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인도 출신 호주 유학생들이 지난해 호주에 지출한 유학비용은 20억호주달러(2조원상당)에 달한다.
한편 인도의 국민배우로 알려져 있는 아미타브 바흐찬은 인도 출신 호주 유학생 집단폭행에 항의, 브리즈번대에서 받은 명예박사학위를 반납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kyunglee@yna.co.kr
<긴급속보 SMS 신청> <포토 매거진> < M-SPORTS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