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롱비치에 있는 윌슨 고등학교 203호 교실 안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학교엔 담장 대신 철조망이 둘러처져 있고 어두운 교실 구석에 나뒹구는 흑인, 히스패닉, 아시아계 등 비주류에 가난한 아이들 미래는 마약과 낙태, 폭력으로 얼룩져 오로지 절망뿐이다.

희망도 없고 목표도 없는 그들에게, 이제 갓 정식교사가 된 에린 그루웰 선생은 1학년 국어수업을 맡았다. 에린은 삶의 희망을 얘기하는 `영혼의 글쓰기`를 가르치기 시작한다. 그는 아이들 현장학습비를 마련하기 위해 호텔접수계로 일하고 호텔 대표를 설득해 아이들 후원자로 만들었다.

4년 후 희망조차 없던 아이들 대부분이 대학에 진학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에린은 아이들에게 말한다. "우리는 모두 평등하고 평범합니다. 옳은 일이라 생각해서 그렇게 한 겁니다. 여러분이 영웅입니다." (실화소설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 중에서-에린 그루웰 작)

`평등과 평범`을 향한 열정은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 취임연설과 미국에서 최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자서전에 밝힌 성공 배경이기도 하다.

매년 1만5000명에 이르는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이 취학하는 한국 일선학교 역시 윌슨고 203호 교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문화 가정 자녀들은 다문화라는 토대 위에 좋은 교육여건을 갖추고 있기도 하지만 가정 불화, 게임 중독, 학교 폭력, 따돌림 등 다양한 위기 상황에 중첩적으로 노출된 자녀가 많다.

한국 초ㆍ중ㆍ고교 교육 현장 역시 에린과 같이 다문화 어린이들에게 `평등과 평범`을 전파할 `희망 전도사`가 절실하다는 얘기다.

매일경제신문사와 교육과학기술부, 중앙다문화교육센터가 한국판 `버락 오바마`를 키워 낼 우수 교육지도자 발굴에 함께 나섰다.

전국 초ㆍ중ㆍ고교 교사 가운데 창의적 학습지도 방법을 개발해 다문화 어린이를 훌륭하게 지도했거나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과 다문화 학생들 간 감동적 사연을 찾아 표창함으로써 다문화 교육 전반에 대한 인식 제고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까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표창하는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 상을 제정해 수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교과부 주최, 서울대학교 중앙다문화교육센터 주관, 매일경제신문사 후원으로 전국 교원을 대상으로 다문화적 학생 교육ㆍ지도 사례, 다문화 가정 학부모 상담 사례, 다문화 이해를 위한 교육과 다문화적 환경 구성사례 등을 오는 8월 14일까지 접수해 `다문화 교육상`(가칭 레인보우교육상)을 수여한다.

수상자들에게는 장관 표창과 함께 총 720만원 상당 부상을 수여하고 `다문화 교육 우수강사풀(pool)`에 포함돼 시ㆍ도교육청, 학교, 지자체, 공공기관, 민간단체 등에서 다문화 교육 강의 시 강사로 참여하게 된다. 시상 영역은 3개 부문으로 △다문화적 학생교육 사례 △다문화 가정 학부모 상담ㆍ지원사례 △다문화적 교육환경 구성 사례 등이다. 지원에 필요한 각 제출자료 양식은 해당 시ㆍ도교육청에 문의하면 된다.

[이지용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