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말이 안 통해 법원 문턱을 넘지 못하는 불상사는 더 이상 없을 겁니다.”

지난 4월 출범한 서울가정법원 다문화가정지원연구모임 초대 회장인 전연숙 판사(39)는 “국제화 시대에 들어서면서 국내에 결혼, 노동, 유학, 귀화, 난민신청 등으로 거주하는 외국인과 이주민이 급증하는 추세”라며 “반면 이들이 다양한 법률문제에 직면해도 언어나 제도 때문에 권리구제 및 분쟁해결에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외국인 배우자가 무턱대고 협의이혼했다가 체류 연장이나 간이귀화가 안돼 강제 추방되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지난 2007년의 경우 외국인 가사사건이 4407명인데 비해 형사사건은 3045명으로 외국인 법률분쟁에서 가사사건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연구모임 출범의 기폭제가 된 것은 지난 2월 부임한 유원규 서울가정법원장의 지적이 컸다.

유 원장은 외국인 가사소송이 급증한 현실을 감안, 법원 판사 및 직원들에게 “외국인들의 소송 편의를 돕기 위해 법원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며 다문화가정 문제를 공론화했다.

법원 구성원들이 예전부터 인식한 문제였지만 누군가 나서질 못하다 유 원장의 적극적인 의지가 큰 원동력이 됐고 이제 시작이지만 다양한 지원책들을 계획 중이라고 전 판사는 전했다.

이미 연구모임에서 기획한 다문화가정 지원책들이 가정법원을 통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19일 법무부와 함께 다문화가정을 지원하는 민간단체 실무자 등을 상대로 법률특강을 개최, 호응이 뜨거웠다고 한다.

특히 이달부터는 통·번역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가정법원을 찾는 외국인들의 이질감을 해소하는 데 해결사 노릇을 하고 있다.

전 판사는 “판사들이 말이 통하지 않다보니 통역 없이 찾아온 외국인을 돌려보내기 일쑤였다”며 “영어,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 몽골어 등 10여개 국의 봉사자가 배치돼 법원을 찾는 외국인들의 소통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전 판사는 “외국인이 내국인과 동등한 사법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언어의 장벽을 없애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법원뿐 아니라 정부기관과 관련단체들이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