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군대에도 창군 이래 처음 다문화가정 출신 부사관이 올가을에 배출된다.

 

주인공은 지난달 29일부터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한기엽 후보생(18)이다.

일본인 어머니 슬하에서 자란 한 후보생은 다음달 4일 육군훈련소를 수료한 뒤 12주간 부사관 양성과정 교육을 거쳐 육군 하사로 임관할 예정이다.

 

우리 군에는 현재 200명 가까운 다문화가정 출신 병사가 복무하지만, 장교와 부사관은 공식적으로 탄생한 적이 없다.

한국인과 다른 혈통을 가진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한 탓이다. 하지만 군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2009년 병역법 개정을 통해 인종·피부색으로 병역 이행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인정되는 사람이 현역 입대를 피할 수 있도록 했던 규정을 삭제했다.

지난해 장교 임관과 입영 선서문의 ‘민족’이란 단어를 ‘국민’으로 바꿨다.

군대도 다문화가정 출신 간부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끝난 것이다. 군 관계자는 “또 다른 차별을 유도할 수도 있어 별도로 다문화가정 출신 병사들을 관리하거나 통계를 내고 있지는 않다”며 “다만 이번처럼 공식적으로 다문화가정 출신 부사관 후보생이 입대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한 후보생은 실업고를 다니면서 지게차와 굴착기, 자동차정비, 컴퓨터기사 등 자격증만 8개를 딴 뒤 군에 들어왔다.

부사관에 함께 지망한 고등학교 동기 2명과 같은 소대에서 생활하면서 훈련을 받고 있다.

 

한 후보생은 “열심히 취득한 자격증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다 군 입대를 생각하게 됐다”며 “부사관으로 정식 임관하면 자격증을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첫 월급을 타면 어머니가 일본 고향에 가실 수 있도록 여비를 보태드리고 싶다”며 “임관 후에는 병사들에게 모범을 보이며 존경받는 간부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육군훈련소는 다문화가정 출신 병사의 입대가 계속 증가하면서 별도로 지원 대책을 마련 중이다.

 

김천기 훈련계획 과장(중령)은 “조교와 교관, 훈련병에 대한 철저한 사전 교육으로 다문화의 이해를 넓혀 다문화가정 출신 초급간부와 훈련병들의 병영생활 적응에 문제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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