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다문화 고부열전』

제5화

                 버럭 시어머니와 캄보디아댁 코랍                     

경상북도 청도군.
오늘도 마을 가득 시어머니 이강연(64) 씨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빨리빨리 좀 뎅기라! 누구 숨넘어가는 꼴 볼라카나?” 
                                                                          vs “목소리 진짜 크다 엄마는”

내성적인 아들이 참한 며느리와 함께 캄보디아에서 돌아올 수 있을지 걱정된 나머지,
캄보디아로 함께 갔던 시어머니.
처음 만난 며느리 사오코랍(29)은 생글생글 웃는 모습이 예뻐
시어머니가 한눈에 점찍은 며느리이다.
처음 한국에 와 말 한마디 통하지 않던 코랍을 위해
둘째 며느리까지 잡아두고 한글 하나하나를 가르쳐준 시어머니.
다행이 한국어가 많이 늘어 대화는 할 수 있게 됐다.

세 살에 엄마를 여의고 언니 손에서 자란 며느리 코랍.
캄보디아에서 직장을 잡기가 쉽지 않아 언니네 아이들을 돌보았던 코랍은
한국남자를 만나 사랑받으며 살고 싶어 국제결혼을 결심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당시 남편이 청도에서 울산까지 출퇴근하느라
외로운 시간이 많았던 며느리는 시어머니와 함께 살며
친정에선 못 느꼈던 모정을 기대했다.

결혼 5년째인 지금. 사투리도 곧잘 쓰고, 한국에 익숙해 졌다는 코랍에게
한 가지 익숙하지 않은 것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지는 시어머니의 고함소리는 해가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올해 처음 농사일을 배우기 시작한 코랍은
어머니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진 만큼 시어머니의 호통도 잦아졌는데...
조곤조곤, 또박또박 할 말은 하는 며느리.

“말대꾸를 왜 해, 말대꾸를. 할 줄 모르면 가만히 있지 와 자꾸 지끼노?”
                                           vs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지 왜 자꾸 말대꾸하냐고 그래요”

커피 심부름을 시킨 지 20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며느리.
콩 타작도 하고, 팥 타작도 하고, 고추도 빻아야 하고
할 일이 쌓여 궁둥이 붙일 틈도 없다는 시어머니.
24시간이 부족한 어머니에게 느릿한 며느리가 마음에 들 리 없다.

남편이 술을 마시는 걸 유독 싫어하는 며느리.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그저 남편이 돈 쓰는 게 싫은 거라 생각한다.
이렇게 아들을 소홀히 대하는 며느리가 못마땅한데.
알고 보면 며느리에겐 시어머니에게도 말 못한 아픔이 있었다는데...
그런 며느리의 사정을 모른 채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며 타박하는 시어머니.
며느리도 지지 않고 ‘그럼 저 못한다고 생각해요?’라며 대꾸한다.
그런데, 다음 날 며느리가 사라졌다.

“말로 살살 하면 될낀데 말도 잘 안하니 지 속에 뭣이 들었는지 모른다...”
                             vs  "어머님하고 같이 사니까 딸처럼 지내고 싶은데, 잘 안되네요...”

고부 사이에 한 번도 전해지 못했던 진솔한 이야기.
그 이야기를 털어 놓기 위해,
5년 전 두 고부가 처음 만났던 며느리의 나라 캄보디아로 떠난다.

청도에서 목소리 크기로 소문 난 여장부 시어머니.
며느리가 어릴 때부터 국수장사를 해왔다던 사돈.
며느리는 언니와 장 보고 온다며 떠나고, 사돈은 화장실에 간다며
국숫집을 맡기고 가버리는데...
말도 안 통하는 캄보디아에서 덩그러니 홀로 남겨진 시어머니,
과연 사돈댁의 국숫집을 무사히 지킬 수 있을까?

그리고, 7박 8일간의 여정 중에
5년 만에 서로의 답답함을 감춰두었던 불만을 털어놓는데...

캄보디아에서 처음 알게 된 며느리의 상처.

시어머니와 함께하는 친정 나들이, 그 좌충우돌 이야기가 지금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