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다문화센터

유영호 "소수자 문제, 민족주의의 배타성 탓 아니다"

"탈민족주의는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위한 것"

▲ 16일 전교조 회의실에서 진행된 제11차 ‘21세기 민족주의 포럼’에서는 ‘한국 민족주의와 소수자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뤘다. [사진-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국가 간 인적교류의 확대에 따른 문제를 민족주의 관점에서 분석함에 있어서 크게 문제가 될 만한 집단으로 이주 노동자, 화교, 혼혈인 등에 대해 분석해 보고자 한다.”

16일 오후 7시 서울 영등포 전교조 회의실에서 진행된 제11차 ‘21세기 민족주의 포럼’(대표 정해랑)에서 발표자로 나선 유영호 기획위원은 ‘한국 민족주의와 소수자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했다.

유영호 위원은 먼저 “민족은 생물학적으로 혈연을 기초로 하면서도 본질적으로는 사회역사적으로 형성된 집단”이라며 “어떤 지역을 토대로 혈연관계를 유지하면서 발전해 왔던 일정한 인간 집단이 정치사회적인 힘에 의해 언어와 문화, 역사와 소속감을 같이하는 공동체로 결속되면 민족이 성립되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리고 “민족 허무론자들 즉 탈민족주의자들은 민족론에서 ‘혈연’을 굳이 생물학적 개념으로 국한하여 좁게 해석하여 그것이 가지는 배타성에 초점을 맞추어 민족 실재론자들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라며 “순혈주의나 인종 차별을 넘어서야 한다는 주장과 우리 사회가 다민족 사회로 접어들었으니 거기에 맞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은 별개”라고 구분했다.

그는 ‘다민족 사회’에 대해 ‘한 사회 안에서 여러 민족이 제각각 정체성을 유지함에서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사회’로 규정하고 통상 외국태생 인구의 비율 5%를 기준으로 한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아직 그 비율이 2.2%에 불과한 한국으로선 단순히 문화.복지주의적 관점을 넘어 정책적 측면에서 외국인을 어느 정도 받아들을 것인지, 사회통합 과제는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 일간지가 보도한 다른 나라들의 외국태생 인구 비율 실태는 호주 24.6%, 캐나다 19.9%, 미국 14.8%, 독일 8.83%, 홍콩 7.8%, 덴마크 5.2%, 영국 4.5%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백만 시대, 이주노동자 40만, 결혼이민자 10만, 중국인44%

그는 먼저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국내 체류 외국인은 단기 체류자를 포함해 2007년 8월 1백만명을 돌파해 전체 주민등록인구 4천 913만명의 2%를 돌파했다며, 이중 장기체류 외국인은 72만 4,967명이라고 전했다.

장기체류 외국인은 외국인 근로자가 40만 4,051명으로 56%, 결혼 이민자가 10만 4,749명으로 14%, 유학생이 4만 7,479명으로 7%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결혼 이민자가 최근 급속히 증가했다.

국적별로는 중국이 44만 1,334명으로 44%, 그중 중국동포(조선족)가 26만 6,764명이며, 미국이 11만 7,938명으로 12%, 베트남이 6만 4,464명으로 6%, 필리핀이 5만 264명으로 5%, 태국이 4만 2,792명으로 4%, 기타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 순이다.

거주 지역별로는 경기 30%, 서울 28.5%, 인천 6%로 64.5%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으며, 경남 5.8%, 경북 4.6%, 충남 4.1%, 충북 2.8% 등이다.

이주노동자 차별은 ‘식민지 사대주의’, ‘복제된 오리엔탈리즘’

유영호 위원은 “탈민족주의자들의 인식은 핏줄과 언어로 구분되는 민족의 경계선이 태생적으로 배타적일 수밖에 없다고 규정한다. 그리고 이것이 ‘외국인 노동자 차별 현상’으로 나타난다고 한다”며 “하지만 이렇게 민족주의를 바라보는 그들의 논리는 이론으로 성립되기 위한 논리의 보편타당성이 결여되어 있는 ‘이론의 과잉’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즉 민족주의에 의거한 타 민족 이주 노동자에 대한 배타성이 성립하려면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출신 노동자 외에도 서구나 특히 미국인 노동자에게도 똑같은 배타성이 적용되어야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

따라서 유 위원은 “미국인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태도의 상이함은 식민지 사대주의의 왜곡된 동전의 양면 같은 문제”라는 도진순 교수의 해석에 찬동을 보냈다.

또한 “서양의 시각에서 동양을 미개하고 열등한 것으로 보는 것이 오리엔탈리즘이라면, 열등한 이주노동자의 이미지는 서구를 중심이나 표준, 이상으로 보고 한국이 속해 있는 아시아를 스스로 주변이나 비정상, 이탈로 봄으로써 우리와 그들을 문명-야만의 구도로 보는 ‘역전된 오리엔탈리즘’에서 나오며, 아시아를 비하하고 타자화하는 서구인의 시각을 그대로 복제한 우리 안의 ‘복제 오리엔탈리즘’에서 나온다”는 박경태 교수의 ‘복제 오리엔탈리즘’에 공감을 표했다.

“화교사회에 치명적인 정책들은 대부분 박정희 정권에서 일어났던 것”

▲ ‘한국 민족주의와 소수자 문제’를 발제하고 있는 유영호 기획위원(가운데). 우측은 지정토론자로 나선 이창훈 경희민동 사무국장, 좌측은 사회를 본 이계환 통일뉴스 대표. [사진-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유 위원은 “최근 노동시장 개방에 따른 외국인 노동자로서 중국인 외에 우리 사회에 100년 넘게 살아오고 있는 중국인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화교”라며 “ 현재 이들은 그 수가 극도로 줄어들었지만 단일종족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큰 집단”이라고 화교에 대한 분석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1882년 임오군란 이후 청나라 군대가 파견된 시점부터 화교인구 증가추세 분석을 시도했으며, 일제시대 이후를 중점에 두고 분석했다.

특히 “1920년대에는 화교들의 자본이 상당히 축적되었고, 활발한 경제활동을 벌여서 화교 한 사람이 내는 영업세와 소득세는 일본인과 조선인 보다 많았다”며 “1920년대가 화교 자본의 황금기”라고 규정하고 “화교 자본의 급성장에 위협을 느낀 조선총독부는 경제정책적인 측면에서 견제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제의) 경제적 압박과 더불어 1931년 일제의 계략에 의한 ‘만보산 사건’으로 조.중갈등이 폭발하였고, 1937년 중.일전쟁이 일어나 많은 화교들이 본국으로 귀환하여 두 해에 걸쳐 화교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점과 해방직후 경제적으로 새로운 기회를 맞았지만 48년 대한민국 수립과 49년 중국 사회주의 정권 수립 등으로 화교 무역이 급속히 쇠퇴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승만 정권 이래 남한 사회에서는 화폐개혁이나 외국인토지수유금지법 등 화교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가는 조치들이 줄을 이었으며, “화교사회에 치명적인 정책들은 대부분 박정희 정권에서 일어났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우리 나라 화교가 2만명이 조금 넘는 수준인데 비해 인도네시아 757만명, 태국 705만명, 말레이시아 619만명, 미국 338만명, 싱가포르 268만명 등 동남아에는 훨씬 많은 화교들이 정착해 살고 있는 이유를 분석해 보는 것도 유의미한 일이며, 북한의 화교정책과의 비교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다만 한국 정부의 배타적 정책 외에도 “동남아시아 화교들과 다른 점은 그들이 대부분 광둥성 등 남부 출신들인데 비하여, 조선에 들어온 화교는 동북부의 산둥성 출신이라는 점”과 “우리나라가 해방 후 남북이 분단되며, 극도의 반공이데올로기가 지배하면서 남쪽에 거주하고 있던 화교는 사회주의화된 고향 땅을 가볼 수 없게 되고,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대만 국민으로 등록된 것” 등을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남북간 화교정책의 차이로 “북측 화교는 농협.국영공업광산기업, 국영상업 부문에서 북의 인민들과 동일한 직원으로 일하면서, 북측 사회에 통합된 경제구조 속에서 살아간 반면, 남측 화교는 남측 사회와 격리된 삶을 살아가면서, 의무만 있고 권리는 부여받지 못하는 삶을 살아야만 했다”는 점과 “결혼.귀화와 같은 제도적 측면에 있어서도 북측의 정책은 화교를 북측 체제에 접목시키기 위한 ‘화교 수용.동화정책’을 취한 반면에, 남측은 ‘배타.비동화 정책’으로 화교를 해외로 배척하였다”는 점을 짚었다.

“백인 혼혈인과 흑인 혼혈인의 양극적 대우”

유 위원은 “우리 사회에서 정작 혼혈인의 존재가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이미 그 보다 훨씬 전인 해방 이후 주한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외모와 피부색이 다른 우리 민족이라고 여기고 싶지 않았던 아이들이 태어난 때부터”라며 “ 혼혈인의 수는 지금까지 구체적인 근거가 없는 채 적게는 2만 명에서 많게는 6만 명 정도가 한국에서 태어났다고 추정해 왔는데, 그야말로 이들은 ‘존재하지 않는 존재’로 여겨졌으며 정확한 통계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외 환경의 변화 속에서 교육인적자원부는 우리나라 교과서에서 단일민족임을 강조하는 사례를 발표하는 등 그 동안 있어왔던 인종차별적 제반 문제를 거의 모두 우리의 민족주의 사상에 책임지웠던 것”이라며 “인종주의적 차별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방편으로 탈민족주의자들은 민족주의 약화 또는 제거라는 극단적인 처방을 내린 것”으로 해석하고 “하지만 이것은 오진에 따른 잘못된 처방이다”고 말했다.

그는 “그 동안 우리 사회에 있어 왔던 혼혈인들에 대한 인종주의적 차별은 인권적 차원에서 당연히 비판받아야 하지만 이들 혼혈인에 대한 차별에 있어서 모든 혼혈인에 대하여 같은 것은 아니”라며 같은 혼혈인의 경우도 유색인종과 백인종에 따라 차별이 다른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즉 “백인 혼혈인과 흑인 혼혈인의 양극적 대우는 우리 역시 미국 중심적인 사회화 속에서 백인의 시각으로 우리 사회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며 “사대주의적 관점 속에서 우리 사회에서 문제시 되고 있는 유색인종에 대한 혼혈인의 차별문제를 탈민족주의자들은 우리의 민족주의가 본래적으로 배타적이기 때문이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엉뚱한 분석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참가자들, ‘혈연’과 ‘민족’ 개념 보다 분명히 해야

유 위원은 결론적으로 “탈민족주의는 사회역사발전의 과정 속에서 객관적이고 심층적인 분석을 전제로 제기되었고, 현실 속에서 치열한 검증을 통한 이론변화가 아니라 이미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실현시키기 위한 미국 중심적인 목적의식 속에서 요구되는 강제적 사상변화”라고 결론지었다.

아울러 “우리 민족이 외국에서 교류하고 있는 약 664만 명에 이르는 재외동포 문제에 대하여서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고 제기했지만 본격적인 분석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포럼 참가자들은 아직 우리 사회가 ‘소수 민족’ 문제를 논할 단계는 아니라는데 대체적인 공감을 나눴으며, 이주 노동자 문제 등은 민족 문제보다는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 범주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다만, 결혼 이민자 등의 경우 본인과 2세가 세대를 이어가며 우리 민족으로 동화되는 과정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지금과 같은 우리 정부의 이민 제한정책이 완화돼 가족단위 외국인 이민이 합법화될 경우 새로운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참가자는 발표자가 실제로 우리 사회에 인종적 차별의식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인의 사례를 들어 너무 ‘사대주의’로 환원시킨 것은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또한 소수자 문제에 대한 보다 본격적인 검토와 연구가 필요하며, 소수자 문제는 결국 민족의 개념 중 혈연(핏줄) 문제와 관련성이 큰 만큼 혈연과 민족에 대한 보다 분명한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는 점에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창훈, “민족주의에는 딱 두 가지가 있다”

한편 지정토론에 나선 이창훈 경희대민주동문회 사무국장은 최근 스포츠 국제경기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응원 열기에 대해 “스포츠는 한민족의 구성원이 누구누구인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리트머스지이며, 또 현대사회에서 수십 개 갈래로 갈라져 있는 한민족의 ‘단합행사’로는 유일해 보인다”면서도 “스포츠가 민족문제의 만능해결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순수한 스포츠가 국가주의와 상업주의에 오염돼 있다”면서도 “스포츠로 인해 ‘우민화되어 있는 민중들’이 ‘상업주의와 국가주의’를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 스포츠 경기를 즐기고 있다”고 평했다.

그는 “민족주의는 절대로 사라질 수 없는 ‘테제’며, 인류가 먹고사는 문제로부터 벗어나기 전까지는 절대적으로 존재할 것”이라고 말하고 “세계화시대에는 민족주의가 더 번창하고 있는 것이 대세”라고 말했다.

특히 “민족주의에는 딱 두 가지가 있다고 본다”며 민족주의를 ‘좋은 민족주의’와 ‘나쁜 민족주의’로 분류했다. “외세로부터 배고픔으로부터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민족주의는 좋은 민족주의였으며, 민족(지배자)의 이익을 위해 약소민족(피지배자)를 탄압하는 민족주의는 나쁜 민족주의”라는 것.

따라서 “‘탈민족’의 본뜻도 ‘나쁜 민족주의’를 제거하자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며 “‘좋은 민족주의’는 피착취계급, 피지배자계층과 함께 할 때만이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지정토론자가 제기한 ‘좋은 민족주의’와 ‘나쁜 민족주의’에 대해 참신성을 인정하면서도 좀더 사회과학적 개념으로 발전시킬 것을 요청했으며, 민족주의의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 요소로 나누어 볼 수도 있지 않느냐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또한 북한이 제시한 ‘참다운 민족주의’와 ‘부르주아아 민족주의’나, 정수일 선생이 제기한 ‘민족주의’와 ‘민족주의가 아닌 것’과의 차별성을 설명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치관 기자 ckkim@tongilnews.com

- 2009년 4월 17일자 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