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정책 총괄할 부처 필요해”
“부처 이기주의 횡행… 중도입국 자녀 학교 적응 지원 강화를”
▲ ©홍효식 / 여성신문 사진기자 yesphoto@womennews.co.kr
“다문화 거버넌스(Governance·협치)가 무지한 수준입니다. 관은 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움직이는 것이 현실이죠. 정부 부처마다 ‘다문화 경쟁’이 불붙어 부처 이기주의도 횡행하고 있어요. 법무부 사회통합이수제는 좋은 프로그램인데도 한 부처가 산하 다문화센터에 참여하지 말라며 이해 못할 지침까지 내렸어요.”
이현정(50·사진) 서울온드림다문화가족교육센터장은 “다문화 정책을 총괄할 다문화 부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근 해비치센터에서 온드림으로 ‘개명’한 이 센터에선 이주민과 다문화 자녀, 중도입국 자녀 250여 명이 한국어 교육부터 특기적성 교육, 심리상담, 미술치료까지 다양한 무료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가 강남구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건물 3층 공간을 제공하고 현대차정몽구재단이 운영비를 부담하며 한국다문화센터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불교방송 아나운서로 20년간 재직한 그는 2008년 한국다문화센터 창립 멤버로 다문화와 인연을 맺었다. 이 센터장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왕따나 학교폭력 ‘0순위’다. ‘한국에서 사는 게 지옥 같다. 죽고 싶다’는 아이들과 상담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며 “특히 중도입국 자녀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인 취업 비자 문제가 해결되면서 중도입국 자녀들이 급증했지만 한국어를 못하는 이들을 돌봐줄 기관이 마땅치 않아요. 내국인 학생의 중퇴율보다 중도탈락률이 아주 높은데 학교 조기적응 지원을 강화해야 합니다. 다문화 1.5세들이 정착하지 못하면 가난이 대물림돼 하층민을 전전할 수밖에 없어요. 지금의 사회 양극화로는 상상할 수 없는 큰 불화가 닥칠 수 있어요.”
그는 “다문화 안에서 양극화가 극심해졌다. 상층부는 교육열이 높고 중류 계층인 데 반해 하층부는 교육 수준도 낮고 가난하다”고 우려했다. 또 이주 노동자를 위한 국가 예산이 제대로 편성돼 있지 않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 센터장은 “지금처럼 결혼이주 여성과 다문화 2세에게 예산의 80%를 편중 지원하는 것은 진정한 다문화 정책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인종·다문화 국가인 호주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호주는 연방정부와 주정부, 시민단체, 학교가 체계적으로 이주민들을 지원하고 있어요. 60개국 언어로 방송되는 다문화 방송국도 있어요. 민족성의 귀천을 따지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더군요. 우리나라가 말로는 사회통합을 외치면서 진정한 통합은 이루지 못하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박길자 / 여성신문 기자 (muse@womennews.co.kr)
